‘여고괴담―두번째 이야기’(김태용 민규동 감독)를 구성하는 주요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제목이나 재료의 유사성은 98년 개봉된 ‘여고괴담’(서울기준 62만명)과의 ‘전생’의 인연을 피할 수 없게 한다. 두 작품은 여고와 학생의 죽음,학생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귀신의 존재 등 여러 면에서 닮았다.
그러나 두 작품은 같은 재료로 출발했지만 ‘종착역’은 다르다. ‘여고괴담’(박기형 감독)은 공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와 교내 폭력 등 학교내 문제를 다뤄 공감을 얻었다.
이에 비해 ‘…두번째 이야기’는 사회적 접근법보다는 사랑에 눈뜨고 ‘관계’에 절실하게 집착하는 성장기 여성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효신(박예진 분) 시은(이영진) 민아(김민선) 등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효신이 죽음을 선택한 것도 동성애에 가까운 관계를 가졌던 시은의 배신이 원인이 됐다.
당연하게 여고에 다니는 게 불가능했던 두 남성 감독은 여고생 4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60권의 교환일기를 토대로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건들과 시시때때로 변하는 여고생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체중은 줄이고, 키는 늘리려는 신체검사장 풍경과 시은과 효신이 주고 받는 교환일기,‘왕따’ 등 카메라 속에 비쳐진 여고의 모습은 얼마나 생생한가?
영화 속에서 학교는 작품의 분위기를 담는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된다. 교실은 ‘왕따’가 일어나고 교사가 학생에게 모욕을 주는 억압적 장소인 반면, 옥상은 아무런 구속도 없는 자유로운 공간을 상징한다. 옥상에서 시은과 효신이 웃고 장난치는 장면이나 죽은 시은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화면들은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언듯언듯 스쳐지나가는 ‘깜짝 공포’외에 정말 무서운가라는 질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고생의 감수성에 매달린 탓인지 다른 연령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24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