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식스맨' 위력 갈수록 커진다

  • 입력 1999년 12월 16일 19시 28분


식스맨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간 5개월 동안 장기레이스를 펼치며 팀당 45경기를 소화하는 프로농구. 한시즌을 치르고 나면 선수들은 체중 3∼4㎏이 빠질 정도로 탈진한다.

한마디로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 ‘체력’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이런 점에서 주전이 잠시 쉴 수 있는 확실한 대체선수는 ‘대체’가 아니라 ‘필수요원’.

주전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똑똑한 식스맨’을 보유한 팀은 어디일까.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가 이부문에서도 단연 영양가 만점.

나란히 공동1위를 달리던 현대와 SK나이츠가 격돌한 14일 대전충무체육관.

36―35로 간신히 1점을 앞서던 현대는 2쿼터 2분33초를 남기고 로렌조 홀과 조니 맥도웰을 모두 빼고 국내선수로만 경기를 벌이는 ‘모험’을 벌였다. 용병들을 대신해 코트에 선 구본근 김재훈이 2분여간 펄펄 날아 현대는 오히려 42―38로 점수차를 더 벌렸다.

신선우감독의 ‘모험’이 보기 좋게 맞아떨어진 것.

4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도 식스맨에 있어서는 남부럽지 않다. 올시즌 유난히 체력적으로 문제를 보이는 용병센터 버넬 싱글튼이 벤치에 있을 때 박상관 이창수가 싱글튼의 자리를 책임진다. 또는 이들이 싱글튼과 함께 더블포스트를 형성해 높이에서 상대팀을 압도하기도 한다.

이들은 최근 더욱 플레이에 적극성을 보인다. 자신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이규섭(고려대)이 얼마전 드래프트에서 팀에 낙점돼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

SBS스타즈도 부상한 용병 클리프 리드의 공백을 윤영필과 김성철이 제대로 막아내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반면 팀당 국내선수 보유 제한 14명에서 2명이나 부족한 12명으로 시즌을 이끌어가는 삼보엑써스는 간판스타 허재가 부상으로 코트에 서는 시간이 적어지자 1주일 사이에 3위에서 6위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최하위를 달리는 골드뱅크클리커스와 신세기빅스도 식스맨이 바닥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쯤 되면 ‘잘 키운 식스맨 1명이 5명의 주전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