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치권-언론에 불만" 발언 배경]답답함 표출?

  • 입력 1999년 12월 16일 22시 5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민주화운동 관련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대해 털어 놓은 불만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톤이었다. 그동안 현정부의 개혁 및 민주화추진성과가 미흡하다고 비난해온 인사들을 의식한 발언이라 해도 그 수위는 너무 파격적이었다.

“정치권과 일부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나라는 옷로비밖에 없느냐” “언론이 난도질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옷로비의혹사건’이나 개혁부진의 책임을 너무 ‘네탓’으로만 돌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설령 정치권과 언론에 불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개혁저항세력’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안법 인권법을 못고치겠다는 사람이 다수이면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발언에서는 불만의 대상에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자민련도 포함돼 있음이 드러났다.

김대통령이 최근 합당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신동아그룹의 끈질긴 옷로비를 ‘원천봉쇄’한 사실을 기대만큼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서운함을 강하게 토로했다.

여기에는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정치 경제 사회 등 각분야의 개혁에 대해 언론이 충분히 지원해주지 않았다는 깊은 불만과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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