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대통령에 대한 '忠言'

  • 입력 1999년 12월 17일 19시 23분


2년전 12월19일 이루어진 헌정사상 ‘최초의 선거에 의한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는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오랜 세월 군부독재에 저항해온 김대중정권의 출범은 비록 지역연합에 의한 공동정부라 할지라도 확고한 민주주의에 기반한 권력의 도덕성 측면에서 국내외의 높은 기대를 받았다.

이러한 도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정권 초기 닥쳐온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데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단시일 내에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과 일관되게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펼쳐온 점, 4강 외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려온점,거리에서최루탄이 사라지고 인권이 신장돼온 점 등에 대해국민 다수는 대통령과 현정부의 노력을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2년이 되는 오늘, 나라안이 갈등과 혼돈으로 팽배한 것은 웬일인가.

김대통령은 엊그제 청와대에서 “과거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심하며 특히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현실인식에 대단히 걱정스럽다는 ‘우려의 충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에는 으레 기득권세력의 반발이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저항을 이겨내는 것은 도덕성에 기반한 정치력이고 국민의 신뢰가 그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은 먼저 현정권의 정치력과 도덕적 신뢰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하물며 정치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국가 최고지도자에 집권여당 총재인 김대통령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대통령은 “언론이 옷로비만 갖고 7,8개월간 쓰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사건은 애초 대통령 측근이 사실대로 보고를 했었더라면, 또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었더라도 진작에 끝났을 사건이었다. 애초부터 권력핵심부에서 진실이 조작 은폐되어 특검수사를 거쳐서야 진상이 밝혀진 이 사건 보도를 언론의 ‘개혁 발목잡기’로 볼 수 있는가.

김대통령은 소수정권인 탓에 개혁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거의 절대적인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에서, 더구나 줄곧 공동정권의 흔들림 없는 공조(共助)를 강조해온 터에 이 또한 논리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내각제 문제를 매듭짓기까지 빚어졌던 공동여당간의 지루한 공방,신당창당과 합당문제를 에워싼 갈등, 개혁정책의 동요, 끊임없는 정쟁이 국민에게 혼돈과 불안, 피로와 좌절을 안겨준 것은 아닌가.

이제 새로운 천년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난제를 안고 있다. 거기에 대통령의 대선자금수수설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정쟁은 격화될 조짐이다. 여기에 노사불안까지 증폭되면 경제회복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어느때보다 대통령의 정확한 현실인식과 성숙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대중정부의 남은 3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이 보다 열린 마음, 큰 정치로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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