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그림의 작품설치를 맡은 97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작가 강익중씨는 이번 행사의 주관을 맡은 미술기획사 ACS측과 함께 전국의 초등학교와 해외교포 단체에 9월부터 ‘통일’과 ‘꿈’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수만장의 엽서를 띄웠다.
어린이들은 엽서에 마련된 공간에 그림을 그려 보내오면서 다양한 의견과 소식도 전해왔다.
“안녕하십니까. 며칠 후 가기로 한 6학년 수학여행 장소를 알려드리려합니다. 장소:백두산 금강산 개마고원”처럼 통일시대의 수학여행 안내문을 그려서 보낸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무지개로 만든 바나나를 먹고 싶다” “외계인을 만나자” “세계 요리대회 우승” 등의 내용을 보낸 어린이도 있다.
강씨는 엽서에 ‘되고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 등을 글로도 적어 보내달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카레이서 가수 과학자 의사 등외에도 예쁜 딸의 엄마, 소파(힘들고 지친 사람을 편히 쉬게 하고 싶다), 가수 유승준 오빠의 부인, 아기, 대비마마, 태양, 총잡이, 보스가 되고 싶다고 희망을 적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 중에는 산타클로스할아버지, 천사, 텔레토비 등과 도깨비 등을 꼽은 어린이들이 많았다. ‘당신’을 꼽은 조숙한 어린이도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참가했다.
전체적으로 음식, 이성, 자신의 미래상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돈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내용도 많았던 것이 특징.
ACS 박삼철 소장은 “중고등학생들의 그림이 초등학생들의 그림에 비해 보다 정형화돼 있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창의력을 북돋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2일부터 2000년 1월31일까지 ‘1000년에 걸쳐’ 열리는 이번 전시는 경기 파주시 통일동산 인근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 전시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게 된다.
강익중씨는 “꽃과 나무의 새싹을 비닐하우스에 심듯 어린이들의 꿈을 잘 가꾸고 키우자는 의미에서 비닐하우스를 전시공간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전시문의는 02―723―6277(ACS).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