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된 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 그동안 여야가 한 일은 정의원의 증인채택 여부와 이에 연계시킨 청와대 관계자 및 관련장관의 출석증언을 둘러싼 입씨름이 전부였다. 한마디로 정의원 증인채택 문제가 특위 운영의 최대 쟁점이었다. 그런데 이제 정의원이 “여권에서 누가 증인으로 나오든 조건없이 국정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히자 여권은 “국정조사는 정기국회를 넘길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어 국정조사를 없던 일로 돌리려 하고 있다.
물론 언론문건 존재의 최초 발설자인 정의원이 증인채택을 거부하다 정기국회 끝 무렵 느닷없이 증언하겠다고 공표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결국 국정조사는 안될 것으로 판단해 교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여권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의원만 나오면 청문회부터 시작할 듯 큰소리치더니 막상 정의원이 출석하겠다고 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게다가 “정의원은 할 말이 있으면 검찰에 출두하라”고 윽박질러 국정조사 대신 검찰조사로 언론사태를 마무리지으려는 속내까지 비쳤다.
이래서는 안된다. 언론문건 사태는 이렇게 유야무야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난 석달간 언론보도와 검찰수사로 드러난 의혹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 의혹들의 실체적 본질은 하나도 밝히지 못한 채 넘어간다면 국정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킨다. 여권은 이제부터 국정조사에 들어가면 새천년도 정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말이 안된다. 새천년이라고 법과 제도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국정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의혹을 새천년맞이 때문에 덮어둔다면 국정의 연속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
언론문건 국정조사는 이제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정히 새천년까지 이 문제를 넘기기 싫다면 열흘간 밤을 새워서라도 조사해야 한다. 여권은 당장의 질책을 피하려다 정권 내내 발목을 잡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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