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국회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이에 맞도록 법을 손질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사위 결정은 사문화(死文化) 되어 버린 법조항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빚고 말았다. 어제 헌법재판소측은 97년 결정 당시에 ‘98년말까지 이 조항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99년 이후에는 조항 자체가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회 결정이 현실적으로 무의미함을 환기시키는 지적이다.
▽법사위 위원들은 이런 사실을 처음부터 몰랐거나 아니면 알고도 그대로 결정했을 두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비난을 피하지 못한다. 만약 몰랐다면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법사위 위원들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알고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어떤 배경이나 동기가 있을 게 분명하다. 전체적인 정황으로 볼 때 알고도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총선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아직도 동성동본 혼인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적지않은 만큼 골치아픈 문제를 피해 간다는 생각에서 개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빗나간 추측일까.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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