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실전강좌]논의 범위 넓히면 참신한 답안 쓸수 있다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9시 44분


1000장이 넘는 논술 답안지를 채점한 모 사립대 교수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쓴 답안이어서 내용이 천편일률적이었다”면서 “참신한 답안을 보면 다소 문장이 서툴러도 높은 점수를 주게 되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독창적인 답안이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주장해야 독창적인 답안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논술 참고서는 거의 없다. 수험생은 ‘남들이 안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독창적인 답안으로 오해해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한다.

논리적인 근거가 없는 엉뚱한 답안은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독창적인 사고란 기이하거나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독창성은 기본이 충실할 때 획득된다.

논리적으로 허술한 주장이 난무할 때 홀로 치밀한 논리를 펴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다.

옛날 한국인의 특성을 나타낸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우리는 세가지 특성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촌’이라는 말에서 친척을 경쟁대상으로 삼고 있는 폐쇄적 사회성, ‘땅 사면’이라는 말에서는 토지를 경쟁문화물로 삼고 있는 농경문화성, ‘배가 아프다’에서는 비행동성 내향성을 각기 찾아볼 수 있다.(이어령의 ‘신한국인’에서)

이 글이 독창적인 것은 글쓴이의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 덕분이다. 즉 분석력이 뛰어나면 독창적이다.

독창성 획득의 또 다른 요건은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이다.

백인 교사들이 인디언들에게 현대식 교육을 시키며 말했다.

“시험을 볼 때 남에게 묻거나 남의 답안지를 보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그에 대한 인디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의논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시험이야말로 어려운 일의 대표적인 경우다. 함께 의논해서 최선의 답을 찾으려는 시도를 금지하는 교사의 명령은 부도덕이다.”(윤구병의 ‘똑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좋아’에서 요약)

인디언들의 주장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주장은 독창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수험생들에게 분석력을 키우라거나 발상 전환 훈련을 하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수험생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독창성 획득법 중 하나는 ‘논의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예컨대 ‘교복 착용의 찬반’을 묻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찬성 논거로는 흔히 △동질성 확보 △사치풍조 방지 등을, 반대 논거로는 △개성 신장을 든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참신한 답안 가운데 이렇게 시작하는 답안이 있었다.

“세계 군복(軍服)콘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이 답안은 ‘교복’에 대한 논의를 하기 전에 교복을 포함하는 더 큰 범주―제복(制服)―에 대해 논함으로써 독창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걸음 더 나아가 ‘옷’에 대한 논의(옷이 사고(思考)에 미치는 영향 등)로 시작해 ‘옷→제복→교복’ 순으로 전개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동강댐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물으면 반대 논거로 △자연보호가, 찬성 논거로 △홍수 방지 △용수 공급 △전력 생산 등이 흔히 거론된다. 독창적인 주장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들 수 있는 논거가 없다. 이 경우 ‘자연’ ‘환경’ 등 더 큰 범주에서 출발해 동강댐에 대한 논의로 연결하면 좋다.

‘체벌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올바른 법 제정과 집행’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영어공용화’문제는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부터 논의하면 좋을 것이다.

독창성을 획득하는 세부적인 방법은 다음에 살펴보자.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2000@edutopia.com

▼불필요한 표시-낙서하면 0점 처리▼

“채점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처럼 불필요한 이야기나 표시를 한 논술 답안지가 종종 있다. 수험생이 좋은 점수를 얻고 싶어 ‘애교’를 부린 것으로 여겨지지만 불필요한 언급이나 표시가 있는 답안지는 모두 0점 처리된다. 채점자와 수험생 간의 암호(?)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 ☆ ◎ ♡ 등의 부호나 그림도 마찬가지다. 답안지의 여백에 “아, 어렵다” 등의 낙서가 있어도 0점 처리된다.

채점자들은 “답안이 훌륭한데도 불필요한 표시가 있어 0점 처리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수험생의 불운’을 막기 위해 유의사항을 밝히는 대학도 있다.

“자신의 신원을 알리는 어떤 표시도 하지 말 것.”(97년 이화여대)

“문제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내용이나 자신의 성명 또는 신분이 드러나는 내용이 있는 답안, 낙서 또는 표지가 있는 답안은 모두 0점으로 처리한다.”(98년 건국대)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