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1000년 타임캡슐]"음식먹는 즐거움 아십니까"

  • 입력 1999년 12월 19일 22시 48분


친애하는 후손들에게.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조상인 우리가 현재 즐기고 있는 인생의 맛을 여러분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식들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던 것들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이 프라이드 치킨, 으깬 감자요리, 사과 파이 등이지요. 1960년경에 우리 마을에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문을 열었을 때, 내 남동생 중 하나는 가장 맛있는 부분인 껍질을 나중까지 남겨두었다가 이미 자기 몫을 다 먹어버린 다른 형제들 앞에서 보란 듯이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닭고기가 여러분의 시대에도 그대로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유전공학에 의해 닭이라는 짐승 자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어쩌면 여러분의 시대에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이 모두 불법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매번 식사를 하기 전에 지방흡수 차단제 같은 것을 먹는 새로운 습관이 생겨 있을까요?

여러분의 시대에 대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비타민과 영양소가 가득 든 알약이 진짜 음식의 자리를 완전히 빼앗아버리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느끼는 감각적인 즐거움을 여러분은 전혀 느낄 수 없겠지요.

하긴 굳이 이런 우울한 상상을 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1000년 동안 지구상의 생물들이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이므로 여러분이 즐기게 될 음식의 맛은 지금과 분명히 다를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농가의 뒤뜰에서 자라는 닭이나,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연어, 살이 단단한 참치 등이 앞으로 100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여러분이 이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여러분 대신 그 음식들을 음미하는 것에 여러분이 과히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6/food―oneil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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