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19일 GM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인수저지 움직임을 보인데 대해 GM은 20일 “그런 식의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기업윤리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이날 대우차 인수를 추진하는 원매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GM측은 “정확한 발언배경과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원론적인 발언으로 이해한다”며 “대우차를 조기 안정시켜야 한다는 큰 원칙은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GM은 현실적으로 대우차를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회사로 인정받아 왔다. 수의계약 대신 공개입찰이 실시되더라도 유력한 인수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GM의 대우인수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약(藥)이 될 것인지 독(毒)이 될 것인지에 대한논란은계속되고있다.
▽약(藥)이다〓GM은 20일 “한국시장만을 보고 투자했던 92년 대우차합작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GM의 대우차 인수는 한국부품업체들로부터 GM이 본격적으로 부품을 구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GM코리아 이기섭상무는 이와 관련, “GM은 이미 국내 21개 부품사와 5억달러의 구매계약 물량을 갖고 있다”며 “대우차 인수후 GM의 구매전담팀이 한국에 상주하면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M 인수를 싫어하는 일부 부품업체들은 친분관계로 납품하는 관행이 깨질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 손정훈교수(경영학)는 “애국심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며 거대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21세기 자동차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하느냐가 문제”라면서 “현대자동차도 해외업체와의 제휴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독(毒)이다〓현대자동차 이계안사장은 “GM은 과거 대우와 합작할 때 기술이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GM의 진출은 국내 자동차산업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9월까지만 해도 “GM 포드 등 외국업체가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선의의 경쟁을 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GM의 상륙이 회사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면서 강경입장으로 선회했다.
가톨릭대 김기찬교수(경영학)는 “GM 등 해외업체가 대우를 인수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연구개발 능력이 본사로 넘어가고 독자적인 해외시장 개척능력이 없어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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