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4월 유고 사라예보에서 벌어진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정현숙 박미라 등과 함께 한국 구기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탁구마녀’ 이에리사(45·현대 여자탁구단감독).
27년이 지난 지금도 이감독은 탁구계에 몸담고 있지만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는 용인대의 ‘신세대 제자’들에게는 어느덧 생소한 이름이 됐다.
소식을 전해들은 학부모의 ‘사인’부탁에서 간간이 스타로서의 추억을 되새길 정도.
▼6년째 현대팀 감독맡아▼
팬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이감독은 여전히 탁구계의 ‘맹렬 여성’이다. 88년 서울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지낸 이후 명지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가 93년 4월 현대 여자팀 창단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지도자로 복귀했다.
창단 작업을 도맡은 이감독은 팀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
유망주를 수소문하며 방방곡곡을 다닌 것은 물론 밤새 운전하느라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기기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94년 문규민코치를 맞아들이고 석은미 김선영 이경선 등을 주축으로 팀을 창단했다. 이후 5년. 현대는 신흥 명문팀으로 자리잡았다.
“아직은 최강팀 삼성생명을 넘어섰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대가 전통있는 대한항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것만해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현대 선수들은 매일 잠들기전 숙소에서 기도 시간을 갖는다. 모든 선수가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감독의 권유로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이름 英여왕 이름서 따와▼
“생활이 바빠 자주 교회에 못간다”고는 하지만 이감독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에리사’라는 이름 때문에 “혹시 천주교 신자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 이름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을 딴 것이고 종교와는 관계가 없다.
이감독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한다.
“국제대회 우승이 왜 이렇게 어렵니? 나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는 탁구계 선배로서 자신을 넘어서는 후배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라예보의 주역들 지금은…▼
‘사라예보의 주역’ 중 엘리트 스포츠계에 남아있는 사람은 이에리사감독뿐. 나머지는 대부분 생활 체육을 통해 ‘탁구 사랑’을 전하고 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정현숙씨. 주말마다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씨는 한국여성스포츠회의 총무이사이기도 하다. 여성스포츠회에서 운영하는 ‘정현숙 탁구교실’을 이끌고 있다. 매주 수요일 잠실종합운동장의 탁구교실을 찾아가면 정씨로부터 직접 지도받을 수 있다.
박미라씨는 양천구 생활체육협회장으로 일하며 탁구교실을 열었고 김순옥씨도 노원구 청소년회관에서 탁구를 가르치고 있다.
나인숙씨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대표 선수로 활동하다 지금은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이러면 어떨까?▼
▽드래프트 선발은 필수〓현재 실업 연맹에서 추진중인 고교생 드래프트는 장기적으로 각 팀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모든 팀이 100%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시작하기로 했으면 밀고 나가야한다.
▽자유 계약은 어떨까〓현재 실업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는 것만 빼고는 ‘프로’나 다름 없다. 어차피 매일 훈련과 경기를 하는 것이 일이다. ‘은퇴 후 보장’을 전제로 일정 연차 이상의 선수에게 팀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면 어떨까.
▽결국은 프로가 돼야〓대회마다 상금을 걸고 시합하는 ‘프로 탁구’가 돼야한다. 이벤트를 만들면 팬이 몰린다. 중국이나 동유럽 선수를 영입해 국내 선수와 같이 뛰게해도 흥미로울 것이다.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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