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수는 일리자로프수술을 통해 이양의 짧은 다리를 늘리는 데 성공했고 이양은 지금 목발 없이 다니고 있다.
▼일리자로프수술이란?▼
경상대병원 4층 정형외과 병동. 이 곳에 누워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한 쪽 다리나 팔 주위에 직경 20∼30㎝가량의 둥근 고리를 3∼5개씩 두르고 있다.
고리는 마치 3, 4개의 살을 가진 자전거바퀴처럼 생겼는데 각각의 살은 뼈에 직접 연결돼 있다. 또 두 개의 고리는 길고 가는 쇠막대로 연결돼 있고, 쇠막대 중간에는 막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너트가 달려 있다. 이 너트를 이용해 고리사이의 거리를 하루 1㎜씩 늘리면 뼈와 피부 신경 근육도 새로운 조직을 만들며 같이 길어지는 것이다.
일리자로프수술이란 이 고정장치(일리자로프)를 이용해 뼈를 늘리는 수술을 일컫는다. 선천적으로 팔 다리가 휘었거나 길이가 다른 쪽 보다 짧은 경우, 교통사고 등으로 뼈 중간이 부서져서 없어진 경우 마치 나무를 기르듯 뼈가 길어지게 해서 붙여 본래 모습을 갖게 만든다.
늘릴 수 있는 뼈는 ‘머리뼈 빼고 전부’. 호르몬 치료로 키가 크지 않는 저신장증 환자들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어 최근에는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내키를 늘려주세요!▼
이 수술법을 고안한 사람은 51년 구 소련의 정형외과 의사 가브릴 아브라모비치 일리자로프. 70년대 말 서방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기구는 그의 이름을 따서 ‘일리자로프’로 불리게 됐다.
국내에 일리자로프가 들어온 것은 89년. 전문의 10여명이 모여 일리자로프 연구모임을 만들어 연구를 시작했다. 모임의 멤버였던 송교수는 당시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였다.
그는 94∼95년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병원과 매릴랜드대 커난병원 사지기형교정센터에서 전임의 과정을 거치며 일리자로프 수술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 그동안 1500명 이상을 이 방법으로 수술했다.
▼170㎝의 ‘저신장증’?▼
일리자로프수술로 뼈를 늘릴 수 있는 길이는 하루 1㎜. 0.25㎜씩 하루 네 차례 두 고리 사이의 길이를 정확이 늘려야 한다. 이보다 길게 늘릴 경우 신경 근육 혈관조직이 파괴된다.
한 달에 3㎝가 길어지지만 새로 생긴 조직이 정상적으로 되는 시간과 물리치료까지 포함하면 1㎝당 한 달정도 치료기간을 잡아야 한다. 뼈가 길어진 뒤에도 다시 단단해 질 때까지 5개월여동안 고정장치를 하고 물리치료를 받는다.
치료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소아마비나 교통사고일 경우는 200만∼1000만원.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저신장증등의 경우는 1500만∼2000만원이다.
비싼 치료비와 치료기간 중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키를 늘려달라고 하는 ‘환자 아닌 환자’가 많다는 게 송교수의 설명.
최근에는 수능시험을 마친 고3남학생이 부모와 함께 찾아와 “키가 작아서 열등감 때문에 살기가 싫다. 다리뼈를 늘려달라”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부모도 “돈은 얼마든지 낼테니 키를 키워달라”고 요구했다. 그 학생의 키는 170㎝. 송교수는 그 학생에게 정신과 상담치료를 권했다.
“저신장증은 사회병입니다. 키가 하위 3%에 해당하는 경우에 키가 작다고 얘기하지만 요즘에는 마치 상위 3%만 빼고는 모두 키가 작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요.”
송교수는 기형치료를 위한 기술이 ‘미용수술’에 잘못 쓰여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진주〓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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