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시장에 부는 '孫風'

  • 입력 1999년 12월 21일 19시 19분


미국 인텔사의 크레이그 배럿사장은 지난달초 방한해 “21세기 한국의 경제성장은 인터넷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인터넷경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우리 경제의 장래가 크게 걸려 있다고 생각된다. 인터넷이 지구촌의 경제환경 자체를 급속하게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연결수단인 PC의 세계시장규모는 연간 4조달러, 인터넷산업 자체의 세계적 규모는 5000억달러에 이른다. 5년후에는 무선인터넷을 포함한 인터넷시장이 PC시장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년내에 10억대의 PC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시장도 고속성장중이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500만명을 넘어섰고 PC는 전세계 생산의 5%, 소비의 2%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사용수단인 이동통신의 보급률은 미국보다도 높은 50%로 세계최고수준이다. 아직은 국내 기업의 10% 정도가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E비즈니스(일렉트로닉스 비즈니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확대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상거래와 정보(콘텐츠)사업 등 인터넷시장을 개척 선점 확대하기 위한 국내 기업간 경쟁이 가열되고 국내외 기업간의 제휴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 인터넷산업의 비전을 제시해온 ‘인터넷 황제’ 손정의(孫正義)일본소프트방크사장이 서울로 날아와 “3년안에 100개의 국내 인터넷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의 한국진출계획은 원대한 세계시장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손사장의 투자는 디지털혁명시대의 새로운 주역을 꿈꾸는 국내인터넷기업들에 적잖은 자극이 되고 부분적으로나마 자본의 갈증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새해의 대학졸업생이 설립할 미래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으며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전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그의 말은 고무적이다.

그렇다고 그의 투자가 국내인터넷산업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가들의 의식변화, 후발(後發)에 안주하지 않는 선점에의 열정과 도전, 더욱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과 능력 등이 요구된다. 또 교육을 포함해 인터넷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국가적 기반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무한대적 융합 등 눈부시게 진전하는 세계적 기술혁신, 지적(知的)혁명의 선두그룹에 진입해야 한다. “내가 할 일은 투자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와 자기진화의 유전자를 심어주는 것 뿐”이라는 손사장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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