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한 단독주택가. 이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목을 오가며 과일 채소 생선 등을 파는 차량에서 호객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근처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유나영씨(29)는 “상인들이 집앞을 지나면서 확성기로 외칠 때마다 잠자던 아기가 깨어나 우는 경우가 많아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노래방-음반가게 가세▼
이같은 불편은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시내 대부분의 주택가에서 거의 날마다 빚어지는 현상. 그러나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참고 지내는 것이 현실.
주택가에 자리잡은 노래방이나 음반가게 등이 외부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노랫소리도 주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회사원 한모씨(35·서울 영등포구 오류동)는 “창문을 열어 놓는 여름에는 근처 노래방에서 흘러 나오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소음진동규제법에 따라 상업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이 이동소음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확성기를 이용한 호객행위를 할 수 없다. 상업지역이라도 학교 공공도서관 종합병원에서 직선거리로 50m 이내에서는 역시 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다.
시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노래방 레코드가게 등 업소 외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시간대별로 60∼80㏈(데시벨)을 초과하는 소리를 낼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일선 구청들은 주택가 소음피해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위법 불구 단속 팔짱▼
서울시 관계자는 “이동소음의 경우 행상인들의 어려운 생활을 고려해 일상적인 단속은 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이 신고할 경우 확성기 사용금지 명령을 내리고 다시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고 말했다. 주부 박애현씨(35·서울 은평구 신사동)는 “영세 상인들의 처벌을 원하진 않지만 관할 당국이 적극적으로 상인이나 업소들을 계도한다면 소음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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