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물질적인 편안함만 드리는 것이 효의 전부가 아니다. 부모님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떤 경우든 효를 부정하기는 어려워 독창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처럼 상투적인 표현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결론의 독창성’보다 ‘과정의 독창성’을 추구해야 한다.
‘부모님께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라는 TV광고가 있었다. 추운 겨울 노부부가 며느리의 따뜻한 마음에 흐뭇해 하는 장면은 현대적인 효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 답안의 독창성은 ‘적절한 인용’에 있다. 요컨대 독창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상투적인 표현 피하기’와 ‘적절한 인용’이다. ‘적절한 인용’을 위해 다음의 몇가지를 암기해 두자.
△우리 나라의 인구, 국민 소득, 대학생의 수 등의 수치 △최근의 사건 △속담 명언 △일화 등.
그런데 독창성에 초점을 맞추다 ‘일관성’을 놓치는 답안이 많다. 너무 ‘튀려고’ 하다가 논지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탄탄한 개요를 작성해야 하며 세부적으로 단락 구성에 유의해야 한다. 개요 작성에 대해서는 추후 살펴볼 예정이므로 여기에서는 단락 구성을 살펴보자.
첫째, 단락은 생각의 단위다. 하나의 단락에는 하나의 생각만을 담아야 한다.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직업의 좋고 나쁨을 나누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높은 소득과 지위만을 원한다면 이 사회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므로 소득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단락에는 △보편적 직업관 △그에 따른 폐단 △이상적 직업관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 있다. 이 세가지를 각각 하나의 단락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하나의 단락은 ‘주제문+뒷받침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두괄식 구성이 가장 명료하고 안전하다.
과학 발전에 영향을 끼쳐 온 두가지 요소로 노력과 영감(靈感)을 들 수 있다. ①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과학 발전을 이루고 좀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항상 궁리해 왔다. ②때로는 천재적인 과학자가 나타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③‘뉴턴의 절대성 이론’은 당시 이성 중심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④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뉴턴의 이론에 대해 의심해 왔다. ⑤그 후 아인슈타인이라는 과학자가 나타나서 ‘상대성 이론’으로 뉴턴의 이론을 뛰어넘었다. ⑥그러나 아인슈타인 이전의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노력은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실현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의 공통된 행동 체계라 할 수 있다.
이 답안은 과학 발전에 ‘노력’과 ‘영감’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①④⑥은 노력에 대한 논거이고 ②③⑤는 영감에 대한 논거이다. 두 주장에 대한 논거가 번갈아 가며 나온 결과가 됐다. ‘단락〓주제문+뒷받침 문장’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락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답안에 ‘용어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감점 요인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한국 △과학, 과학 기술 △소외, 인간 소외 △환경 파괴, 환경 문제, 자연 파괴 △산업화, 서구화, 근대화 등의 유사한 단어를 마구 섞어쓰기보다 하나의 용어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ibe2000@edutopia.com
▼답안분량 1字라도 부족하면 감점▼
고려대의 논술 답안 분량은 ‘1600자 내외(±200자)’로 돼 있다. 1400자로 써도 감점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1399자로 쓴 답안은 얼마나 감점될까?
98학년도 고려대 실험평가 채점기준은 이럴 경우 ‘15점 감점(1000점 만점)’으로 밝히고 있다. 논리력이나 문장력이 뛰어나도 이 점수를 만회하기란 힘들다.
다른 대학의 채점기준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답안이 정해진 분량의 50∼60%를 넘지 않으면 0점 처리된다. 답안분량은 점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답안 분량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수험생이 답안을 작성하다 분량이 모자라면 억지로 분량을 늘리는 방법도 다양하다. 채점 교수들이 밝히는 대표적인 방법은 △‘했다’로 문장을 끝내다가 갑자기 ‘하였다’로 쓰는 경우 △본론의 마지막에 불필요한 예시문이 들어 있는 경우 △전반부는 간결체로 쓰다가 후반부에 수식어를 많이 활용한 만연체로 쓰는 경우 등이다. 채점자들은 용케도 이같은 수험생의 ‘약점’을 꿰뚫는 능력이 있어 이런 답안에도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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