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치개혁 특위가 언론의 비판을 수용하는 시늉만 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보도라고 해서 언론인을 특별히 더 규제해야겠다는 발상 자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역대 선거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언론의 선거보도 자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규제는 언론 자율에 맡기는 것이 언론자유의 정신에 맞는다. 뿐만 아니라 현행 형법과 선거법 언론관련법만으로도 불공정 기사에 대한 사법적(司法的) 제재와 피해복구가 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1년간 업무정지’ 대신 등장한 ‘선거기간에만 선거기사를 못쓰게 하는 방안’ 역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제재기간의 길고 짧음이 다를 뿐이다. 이 또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공정성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당초 합의대로 유지하겠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교수 언론인 법조인 등을 위원으로 위촉한다지만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인가. 그 심의 자체가 공정성 객관성을 보장할 방법이 있는가.
정정보도를 당초 기사의 2배 크기로 내도록 하겠다는 방안 역시 말이 안된다. 언론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기간행물등록법은 정정보도문과 반론보도문의 경우 당초 기사의 크기를 초과할 수 없도록 명시(16조5항)하고 있다. 이는 정정보도에 관한 기본원칙 가운데 하나다. 선거보도라고 해서 특별히 2배의 크기를 요구하는 근거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를 단축시키려는 국회의원들의 발상은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인다. 수사기관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하루라도 빨리 면하려는 집단이기적 속셈이 아닌가. 우리는 선거사범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는 선관위측 의견이 옳다고 본다. 공소시효가 2,3개월 더 길다고 해서 국회운영에 지장을 준다고 할 수는 없다. 국회는 선거법을 개정함에 있어 헌법과 언론관계법의 기본정신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보다 떳떳한 자세로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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