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곽수일/孫正義에게서 배울점 3가지

요사이 서울을 방문한 일본 소프트방크 손정의(孫正義) 사장이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 경제에 새로운 변화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까지 코스닥시장에서만 이야기되던 인터넷 사업이라는 것이 일반 국민에게도 그 중요성이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넷을 쓰지 않던 사람들도 갑자기 “인터넷이 무엇이고 도대체 어떤 것이 인터넷 사업이냐”고 묻는 판이다. 그의 투자선언은 인터넷의 활용이 뒤떨어져 있고 인터넷 사업이 미미한 한국경제에 이처럼 큰 자극제가 돼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 인터넷 비즈니스 집중 ▼

일본에서는 손정의 사장이 인터넷 사업에 투자만 하면 그 대상기업의 주가가 폭등해 성공의 길을 달린다고 해 ‘흥행보증수표’라는 의미의 손정의 신드롬이 있다. 이같은 손정의 신드롬은 한국 기업에 몇가지 교훈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공할지를 예견하는 척도가 될 수 있겠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한국경제와 기업의 관점에서 손정의 신드롬을 분석해 보는 것도 의의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손정의 사장의 투자대상 기업은 인터넷 비즈니스에 집중돼 있다. 그는 야후, E트레이드 등 전세계 200여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해 성공함으로써 ‘인터넷 황제’로 불린다. 이같이 인터넷 비즈니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이 어느 미래의 사업이 아니라 바로 “미래가 여기 와 있다”는 관점에서 추진된 것이라 하겠다. 자동차 제철 석유화학 등이 오늘날의 산업이라고 여기고 인터넷 사업이라 하면 마치 먼 훗날의 미래산업이라고 생각하던 보통사람들의 사고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인터넷은 미래의 것이 아니고 이미 우리 생활속에 깊이 침투한 통신수단이고 따라서 인터넷 사업의 투자는 미래가 여기 와 있다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인터넷의 활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몇배씩 늘어날수록 투자수익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이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고 오늘날의 산업이며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업 모두가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손정의 신드롬의 핵심은 경제운용과 기업경영의 보편적인 패러다임에서 탈피한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나 기업경영에서 과거의 연장이 오늘이 되고 또 미래가 된다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인터넷 경제에서는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투자기업이 선택된 것이다. 좋은 예로 이미 한국 경제에서 전체 주식거래의 반에 가까운 건수가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1년전만 하더라도 증권거래는 증권회사의 지점에 가거나 전화를 거는 등 반드시 대면을 해야 되는 줄로만 알았다.

▼ 사이버 개척정신 발휘 ▼

1년후인 오늘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 실행되는 비대면(非對面)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가깝도록 늘어났다. 손정의 신드롬은 이같이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E트레이드 등에 일찌감치 투자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중에 지금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라도 과거와 오늘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성공비결을 찾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 경제에서는 변화의 두려움도 있지만 반대로 무한한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사업의 대표적 기업인 델 컴퓨터나 아마존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기업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생산체제와 유통체제를 구축해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선점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손정의 신드롬의 특징은 이같이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생산 유통 관리체제와 생활문화를 변화시키는 기업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도 현재 가지고 있는 생산체제나 유통체제를 안이하게 유지하려고 하기보다는 인터넷의 출현으로 끝남이 시작된 체제라고 인식하고 새로운 경영체제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손정의 신드롬은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신천지를 동양의 신판 칭기즈칸으로서 동양에서부터 서양까지 개척해 정복하는 성공담이라 하겠다. 이제 우리 국민과 기업들도 늦은 감은 있지만 가상공간의 신천지를 향하여 개척정신을 발휘할 때이다.

곽수일 <서울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