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통일농구 보는 법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59분


“스포츠는 정치와 완전히 별개이다.” 1952년부터 20년간 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을 지낸 에이버리 브런디지는 1956년 그같이 선언했다. 그러나 ‘미스터 아마추어’로 추앙받는 그분의 말은 지금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날의 스포츠는 우리에게 여러 모습으로 다가선다. 개인적 수준에서는 생활로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로서, 국가차원에서는 메시지 전달의 정치적 외교적 도구로서 뜻이 있다.

▽남북한 통일농구가 9월 평양대회이후 3개월만에 23일과 24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특히 북한 스포츠선수단이 서울에 오기는 90년 통일축구이후 9년만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다양하다. 통일농구는 민간기업과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따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성 싶다. 그렇다고 스포츠행사로만 보기도 어렵다.

▽사실 올림픽, 월드컵축구, 기타 국가간 스포츠교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름대로 정치적 뜻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효과는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정치적 사건이나 인종차별문제 등을 이유로 선수단의 불참과 철수로 점철된 올림픽의 역사가 있는가 하면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가 두 나라 수교의 거름이 된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번 통일농구대회 주관측이 선수단 환영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거나, 북한측이 세계최장신(2m35)선수 이명훈을 보낸 것도 여러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국 프로농구진출을 노리는 이명훈이 인상적인 플레이를 한다면 기대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훈은 사이버 증권시장에 18일 상장돼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며 22일 현재 액면 5000원의 주식이 16만6000원으로 22위에 오른 상태이다. 이명훈의 주가 상승은 남북한 관계에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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