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냄비 뚜껑을 열고 국자로 떠서 그릇에 담았어요.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콩나물 국이에요. 그리고 하얀 잣죽과 어디서 생겼는지 총각김치와 고들빼기 까지 있어요. 나는 뜨거운 국물을 숫가락으로 떠 넣으면서 저도 모르게 하, 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답니다. 알맞게 간이 든 멸치 국물이며 고춧가루가 발갛게 갈아앉아 있어요. 그는 내 맞은편에 앉아서 무슨 학부형처럼 빙긋이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구요. 나는 그냥 국물을 연신 떠넣었어요. 이 선생이 자기도 한번 떠 먹어 보면서 말했습니다.
여기선 독감에다 한 자를 더 붙여 말해요.
무슨 자….
외로울 고라고 아시는지.
그건 맞는 거 같은데….
웬만한 병은 그래서 우리 음식 먹으면 반은 낳는다지.
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죽도 아삭아삭 총각김치에 짭조름한 고들빼기 곁들여서 한 그릇을 비웠죠.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거예요, 이 김치들은 어디서 났어요?
식품점에서 샀다면 실망하겠죠.
하여튼 콩나물 국은 대단했어요.
나는 콧등에 송송 돋은 땀을 내프킨으로 닦으면서 중얼거렸구요.
자아, 이젠 설거지를 할 차례군.
그가 그릇들을 챙기려고 일어났고 나는 말렸어요.
좀 두어 두세요. 나중에 내가 할게요.
봉사는 일습으로 해 둬야 어느 날 한턱 얻어 먹을 때도 푸짐해지죠.
다시 그릇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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