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본 콜렉터]"누군가 당신의 뼈를 노린다"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11분


지성파 흑인 남자배우 덴젤 워싱턴이 주연하는 연쇄살인사건 소재의 스릴러.영화 제목인 ‘본 콜렉터(The Bone Collector)’는 ‘뼈 수집가’라는 뜻.의문의 연쇄살인범이 피해자의 몸에서 허벅지뼈나 손가락뼈를 절단한 뒤 이를 다음 살인사건을 암시하는 흔적으로 남겨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영화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교과서적 작품인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킨다.두 작품 모두 성(性)이 다른 남녀 주인공이 파트너.공포감을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일까? 두 작품에서 움울하고 공포스러운 범죄 현장과의 싸움은 여성의 몫이고,남성들은 신체의 자유를 상실한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진다.

‘본 콜렉터’는 ‘양들…’과 비슷한 구도이지만 머리와 손가락 한 개만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사건 해결의 열쇠를 지닌 주인공으로 설정한 아이디어가 빼어나다.할리우드 배우 중 지성적 이미지를 지닌 덴젤 워싱턴과 존 보이트의 딸로 도발적이면서도 이지적인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도 출중하다.

법의학 전문 경찰 라임(덴젤 워싱턴 분)은 사건 현장에서 사고를 입고 전체 몸의 93%가 마비되는 부상을 당한다.한편 어린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경찰 도나위(안젤리나 졸리)는 기차길 근처에서 손가락이 짤린 채 흙 속에 파묻힌 시체를 발견한다.라임은 범죄 현장을 분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자 사건 현장을 놀랍도록 잘 보존한 도나위를 파트너로 지목한다.살인범은 연쇄살인을 저지르면서 두 사람을 놀리기라도 하듯 기묘한 흔적을 계속 남긴다.

라임이 사고로 불구가 되고 도나위가 최초의 살인 현장을 찾는 도입부는 관객의 기대치를 높일 만큼 스릴이 있다.더우기 라임이 침대에 누워 손가락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증거물을 맞춰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장면은 두뇌게임의 긴장을 더한다.

그러나 살인사건의 현장을 미리 예고라도 하듯 그린 추리소설이 서점에서 발견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다소 긴장도가 떨어진다.흑백의 사랑과 두 주인공의 개인사를 어정쩡하게 뒤섞어 놓은 것도 스릴러의 ‘맛’을 반감시켰다.

불행하게도 극 중에서는 뼈 조각과 오래된 종이 등 살인사건의 흔적이 계속 등장하지만 관객이 단서를 발견해 범인을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타이틀 화면과 함께 잠깐 노출되는 ‘경찰관,증거조작으로 구속’이라는 자막 정도가 전부여서 막판에 밝혀지는 범인의 모습은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다. 감독은 ‘긴급명령’ ‘패트리어트 게임’의 필립 노이스. 1월1일 개봉. 18세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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