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오해진/한울타리 엮는 정보화사회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24분


정보기술의 발달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의 성능은 3년마다 네 곱절씩 향상된다. 이러한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 ‘무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생활 방식과 일하는 방법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은 이 정보화 사회를 두려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중심 사회에서 컴퓨터나 기계 중심의 사회로 변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 물론 주위에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친구들과 뛰어 놀기 보다는 인터넷에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가상공간에서 사이버 인간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성인들도 컴퓨터를 이용해 일을 하고 정보도 얻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컴퓨터 앞에 앉아 쇼핑부터 동호회 활동까지 즐긴다.

그러나 정보기술 발달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기차 같은 운송 수단의 발달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혼자서 드라이브를 즐기고 고독한 기차여행에 매력을 느낀다. 이것이 인간관계와 사회성을 해친다고 운송수단의 발달에 책임을 돌릴 수 있겠는가? 멀리 있는 벗이나 친지를 만나고 여행 중 많은 사람을 사귄다면 오히려 인간성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정보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기술은 어디까지나 중립적이다. 그 기술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정보기술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고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요즘 ‘신지식인’‘지식경영’ 등의 용어가 유행이다. 신지식인이란 자신이 맡은 일을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잘할 수 있을까? 과거의 산업사회는 분업시대였다. 분업제도에서는 각자가 기계 속의 부품처럼 단순 동작을 반복해 정확히 수행하면 됐다.

그러나 사회시스템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진 오늘날에는 일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부서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하고 공급업자로부터 생산 운송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업 파트너와의 업무 흐름이 유기적이어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모든 생산라인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스피드 경영이 요구된다.

그래서 조직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정보기술이 필요하다. 조직의 신경망으로 정교하게 구축된 정보시스템은 거리와 시간의 제약 없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빠른 시간내에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서로 도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산업사회의 분업에 의한 비인간적인 모습으로부터 참된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정한 지식사회, 정보화사회는 보다 인간 중심적인 사회라고 믿는다. 우리를 고립시키고 사회성과 인간성을 해치는 것은 정보기술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과 사회제도 때문이다. 잔인한 서열경쟁만 있고 자유로운 토론이나 팀워크가 없는 교육이 아이들을 사이버 공간으로 내몰고 전자오락에 탐닉하게 만든다. 산업사회의 획일화된 조직문화와 군사문화적 사고방식이 우리를 고독하게 만든다.

정보화사회, 지식사회에서 혼자 고립되면 개인의 성장은 없다. 기업 역시 인간중심적 경영을 외면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정보화 사회의 진전으로 좀더 인간다워지고 함께 어울려 사는 인간 중심적 사회를 만들어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오해진(LG-ED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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