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KAL기 추락인가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52분


대한항공(KAL)이 또 사고를 냈다. 지난 4월 상하이 공항에서 이륙한 화물기가 추락, 9명이 숨진 사고가 난 지 불과 8개월 남짓 만이다. 지난 97년 여름 무려 229명의 사망자를 낸 괌공항 추락참사 이후만 해도 벌써 11번째 사고다.

국적기의 잦은 사고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당장 나라 체면을 크게 훼손시키고 국가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잖아도 KAL의 안전등급은 말이 아니다. 항공여행자협회(ATA)가 매기는 안전등급이 세계항공사는 물론 아시아지역 항공사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국제선에서 대한항공과 운항편명 및 좌석 등을 교환 사용키로 한 공동운항협정을 잠정 중단한 항공사가 생긴 지 오래다. 이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사고가 났으니 KAL의 신뢰회복은 더욱 어렵게 됐다. 또 에어 프랑스, 델타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세계 주도 항공사로 발돋움하려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계획에의 참여도 사실상 무산되게 되었다.

국적기의 이같은 신인도 하락은 결코 KAL 자체만의 문제일 수 없다. 국내외의 여행객들과 항공화물운송회사들이 우리 항공기를 외면할 때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KAL은 지난해 잇단 사고로 국내선 20% 6개월 감편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괌참사의 원인이 밝혀진 지난달초에는 1년간 국제노선 배분 금지와 괌 및 사이판노선 2년간 노선면허 발급 금지조치를 당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 스스로도 안전운항체계 구축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미국연방항공규정(FAR)의 제반 운항절차 및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미국 델타항공의 컨설팅까지 받는 등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가 이 모양이라니 할말을 잃는다.

우선 사고수습이 급선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래야 유사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사고가 테러 조류충돌 기상악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정비불량이나 기체결함, 인화성 화물의 상호충돌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크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안전의식 부재가 근본원인이다. 항공사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당국의 책임도 크다.

건설교통부는 사고가 나자 KAL에 대해 사고원인에 관계없이 6개월간 해외 신규노선 배분제한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후 운항편수 감축이나 신규노선 배분제한 등 강경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만으로 감독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없다. 국내항공사의 운영체제, 안전대책, 당국의 관리감독에 대한 종합점검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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