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노자' TV강의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08분


요즘 EBS TV의 ‘노자와 21세기’라는 프로가 화제다. 철학자이자 한의사인 도올 김용옥씨가 강사로 나와 노자 도덕경을 강의한다. 이 프로의 매력은 동양과 서양,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강사 김씨의 해박한 지식이다.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에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강의기법도 시청자들을 TV앞에 붙잡아 둔다.

▽‘노자와 21세기’는 노자사상을 화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지혜와 철학과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프로의 ‘톡쏘는’ 맛은 비록 비속어를 남발하는 등 비판받을 소지도 없지 않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대한 ‘성역’없는 비판이다. 교수 종교인 언론인까지 그의 화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강의의 무게중심은 오히려 이쪽에 있는 듯하다. 명망있는 학자를 등장시키는 이같은 TV강의 프로는 선진국에서는 흔히 있는 시도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내년 2월까지 방영될 이 프로의 최종 평가가 궁금하다.

▽TV의 폐해를 말할 때 우리는 일본의 예를 많이 든다. 일본 민간방송의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률만 올리려는 상업주의가 판을 친다. 그러나 요즘 일본 TV를 보면 이런 생각이 상당 부분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과거 선정적인 프로들이 밀려나고 정치 경제적 사건이나 사회현상의 흐름을 추적 분석하는 프로그램들이 득세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TV는 어떤가. 흥미 위주로 제작되는 시청률 지상주의는 이제 일본보다 더 심하다. TV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지나칠 때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대들이 너나할것없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EBS의 노자 강의는 성과 여하에 따라 우리 TV들의 ‘제자리 찾기’에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법하다.〈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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