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마감 직전이라 ‘또 무슨 사고가 터진 게 아닌가’ 하고 바짝 긴장이 됐다. 그런데 수화기를 들고 보니 50대로 추정되는 ‘아주머니’의 전화였다.
“저, 죄송한데요.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질문은 뜻밖에도 “나스닥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좀 가르쳐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나스닥 지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라고 반문하자 아주머니는 “네, 바쁘신데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나스닥을 알아야 코스닥이 보인다’고 하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나스닥 상황을 몰라 답답하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아침이면 알게 될 테니 그냥 잊고 주무시라고 권해보았지만 이 아주머니는 “꼭 가르쳐 달라”고 사정했다.
마감작업을 끝내고 20분쯤 뒤 다시 통화가 이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나스닥 지수를 일러주자 아주머니는 속사정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매일 친구들과 증권사 객장으로 출근하고 있고 최근에는 코스닥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상투를 잡아 낭패를 보았다’는 얘기였다. 친구가 산 주식이 계속 오르기에 지난주에 뒤늦게 그 종목을 샀는데 다음날부터 며칠째 하한가를 치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
요즘 세밑모임마다 주식투자가 단골 화두로 등장하고 주식투자나 스톡옵션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생활비까지 털어넣었다가 손해를 봐 애간장이 탄다”는 이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으면서 ‘주식으로 돈을 날리고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경달<지방자치부> 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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