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등이 체계화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은 20세기 들어 정치권력과 결부됐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레닌과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전제주의와 봉건주의를 타도하고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는 이데올로기로 공산주의를 내세웠다. 공산주의 사상은 91년 구소련 붕괴 때까지 지구촌을 양분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의사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꿈의해석’(1899년)으로 본격화된 정신분석이론은 인간의 사상적 지평을 무의식 세계로 넓혔다. 인간의 의식과 행위의 이면에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세계가 있음을 일깨웠다. 정신분석학 이론은 인간 내면의 과학적 탐구를 위한 단초를 제공하며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세상에 던져진 나는 누구인가.’ 19세기 독일의 프리드리히 니체 등 실존주의 사상가들이 던진 이런 질문은 20세기에 더욱 절박해졌다. 프랑스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의 운명이 이성적 합리성에 의해 무한히 진보할 수 있다는 기존의 믿음을 부인했다. 오히려 인간 현실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자유란 공허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실존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사상적 탐색은 철학 문학 예술 정신병리학뿐만 아니라 종교에까지 광범하게 나타났다.
실용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은 20세기에 출현했으나 벌써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20세기초 미국의 존 듀이 등이 주창한 실용주의는 기존의 도덕적 가치나 관습보다는 인간생활에 대한 실질적 유용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실용주의는 미국 프런티어정신의 근간이 됐고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시스템에 응용돼 대량생산시대를 뒷받침했다. ‘실용〓선’이라는 등식을 낳을 만큼 풍미했다. 그러나 실용주의는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키고 규격화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인간의 의식과 행위의 해석에서 이성보다 감성과 열정을 강조하며 60년대에 등장한 것이 포스트 모더니즘. 때로는 각 개인의 극단적 개성을 강조하며 기존 가치관과 사회체계의 ‘해체’를 내세운다. 프랑스의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등이대표적인물. 실용주의가 소품종 대량생산시대의 사조라면 포스트 모더니즘은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를 대변한다.
19세기 자유방임주의 경제이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으로 20세기에는 두 가지 경제학설이 시차를 두고 등장했다.
하나는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30년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가 주창한 케인시언이론(유효수효 이론). 케인스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기능하지 않고 만성적 실업상태에 빠질 때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수요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60년대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 등 시카고학파에서 연유한 신자유주의. 정부역할 축소와 자유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 금융규제 철폐와 자본이동 자유화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로 현실에 적용돼 상당한 효험을 발휘했다. 20세기말의 세계를 휩쓸다시피하며 경제의 글로벌화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세계제패 논리이며 20대 80의 불평등 사회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아느 네스 등은 70년대초 환경주의 개념을 확대한 생태주의를 주창했다. 환경주의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반면 생태주의자들은 인간도 생태계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인간과 생태계의 조화로운 공존이 21세기 인류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의 참정권 부여와 확대로 시작된 페미니즘은 20세기 인권상황 개선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60년대 프랑스의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의 남녀평등을 주창했다.
프랑스 레비 스트로스의 인류학 등에서 시작된 구조주의 철학은 지구촌 각 지역 문화와 전통의 상대적 가치를 인정한다. 비서구권 문화와 전통이 서구보다 미개하며 진보는 곧 서구화라는 제국주의적 논리를 극복하는 사상적 기반이 됐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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