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제시한 복합선거구제는 7대도시 이상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그 이외 지역에서는 현행처럼 한 명씩 뽑는 소선거구제 방식이다. 자민련은 충청지역 의원 등의 이견(異見)에도 불구하고 영남지역에서 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이 방안을 관철하려 한다는 얘기다. 소선거구 일색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현지의 ‘차점 낙선’이 많을 것이고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민련의 계산을 알고 있는 한나라당은 ‘텃밭’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해서 극구 반대다. 선거법 협상의 교착(交錯) 이유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선거법은 선악을 가르고 정의와 불의를 따지는 법과는 성격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어느나라나 여야가 합의해서 선거구를 획정하고, 대의(代議)제도에 걸맞은 의원을 뽑기 위해 공정한 선거의 룰을 확보하는 것이 선거법 개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농 복합선거구제처럼 헌정사 반세기동안 입법 전례도 없고, 도시와 농촌간의 당선자 대표성 및 표의 등가성(等價性)측면에서 위헌소지마저 안고 있다는 제도를, 특정 정당의 이해(利害)에 따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손해보고 반대하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법이란 국민앞에 당당하고 공명정대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복합선거구제가 ‘지역당’문제를 완충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자민련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명분을 내걸고 당리(黨利)에 급급하고, 작위적이고 야합적인 내용이라도 정파간에 합의만 하면 선거법이 된다고 우겨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한때 논란이 되었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겸해서 출마할 수 있게 하는 이중등록제나, 아깝게 낙선한 사람들의 득표를 활용해 비례대표의석에서 구제한다는 이른바 석패율(惜敗率)제도라는 것도 발상근거가 정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거법은 비록 여야가 합의해서 만들지만 합의도출을 이유로 무리하게 꿰맞춰 법체계에 어긋나는 ‘괴물’을 만들어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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