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 10년간 시민운동의 괄목할 만한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시대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MF 경제위기는 개혁이 당위의 차원을 넘어 21세기 생존을 위한 절박한 과제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 결과 도덕성에 기초한 개혁세력으로서의 시민운동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각 분야별로 다양하게 분화하고 전문화한 시민운동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관심에 비해 시민운동진영이 추진해온 개혁운동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동강댐 건설 백지화나 제한된 형태로라도 특별검사제를 쟁취한 것은 시민운동이 일구어낸 중요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또 이익단체들의 반발 속에서도 의약분업 실시를 확정지은 것이나 우여곡절을 겪은 부가가치세법 개정도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시민운동진영이 줄기차게 요구한 부패방지법, 인권법 등 주요 개혁법안은 결국 15대 국회 임기와 더불어 자동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고 정치개혁은 물 건너간지 오래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정치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부패정치인, 반개혁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개혁의 좌절은 어찌보면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시민운동의 역량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혁을 지지하지만 그 운동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에는 아직 시민의식이 그 만큼 성숙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시민단체 역시 소수 전문가와 운동가들의 헌신성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시민운동은 개혁과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수준을 넘어서 개혁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 이는 전문성 강화와 함께 광범위한 시민 참여를 조직해낼 때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시민 사업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기식<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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