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강의/원조교제 신상 공개해야

  • 입력 1999년 12월 27일 20시 48분


‘원조교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결과 15∼17세 중고교 여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거리낌없이 몸을 파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원조교제’라고 불리는 신종 윤락행위는 원산지인 일본의 것과는 행태가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는 중년남성이 10대 소녀와 성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를 일정 기간 계속한다. 성과 용돈의 교환이라는 표면을 뒤집고 들여다보면 정력이 쇠퇴하고 생의 목표달성에 실패한 중년남성의 불안과 허무가 숨어 있다.

▼낯뜨거운 매매춘행위▼

젊은 여성과의 성접촉 속으로 도피하려는 중년남성의 몸부림과 10대 소녀의 성적 호기심, 아버지상과 가까워지고 싶은 무의식적 소망이 상호 보상적으로 연출하는 인간적 갈등과 ‘범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최근 검찰에 적발된 원조교제는 이와 전혀 다른 현상으로 보인다.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남성에 40대 이상은 드물고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며 상대 소녀도 ‘용돈을 위해 거리낌없이’ 응하며 익명성이 보장된다. 말하자면 인간적 관계는 철저히 배제된 본질적으로 매매춘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첨단기기를 사용하는 신종매매춘일 뿐이다.

매춘행위를 하는 여성은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행위를 동의 또는 거절할 수 없는 19세 미만의 ‘아동’이다. 따라서 지금 검찰에서 다루는 ‘원조교제사범’이란 매매춘 내지 아동성학대(성폭력)로 규정하는 것이 옳다. 그들은 청소년보호법뿐만 아니라 새로 개정된 아동복지법의 아동 성학대 금지 규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소녀를 상대로 한 매춘행위자는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공개망신을 통해 최소한의 수치심과 도덕성을 자극하고 공개 망신 때문에라도 아동 성학대 행위를 주저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아동성학대를 일삼는 ‘치한’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거리낌 없이 이들의 유혹에 응하는 소녀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 중 일부는 가출소녀, 자퇴했거나 정학을 맞은 비행소녀들이다. 아마도 컴퓨터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종래의 룸살롱이나 싸구려술집, 심지어 사창가로 전전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평범한 중산층가정’ 출신 소녀라고 한다. 평범하다는 것은 아마도 결손가정이나, 문제가 뚜렷한 가정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가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정의 결핍, 관심부족, 감독 부족 등 부모의 역할 부재와 가정 기능의 실패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방종한 성과 음란물 중독 등 10대청소년의 성비행 범죄에서 부모의 책임은 결코 면탈될 수 없다. 이들 소녀는 ‘부모에게 인계’되기 전에 응분의 조처와 올바른 성교육을 받아야 한다.

▼부모에도 책임물어야▼

부모들도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감독소홀과 보호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벌금을 물린다든가, 부모교육 내지 가족치료를 검찰에서나 법정에서 명령하는 제도가 생기기를 희망한다. 청소년의 비행과 범죄는 마땅히 그 가정의 공동책임으로 부각돼야 할 것이다.

실제 PC통신 채팅방을 통한 매매춘이 급속히 확산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얼굴과 얼굴의 만남이나 말과 말의 흥정 없이 매매가 기’로 등장하고 있다. 이 새로운 문명의 이기는 어김없이 인간 본능을 비인격화하고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성(性)은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며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를 풍부하게 하는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간은 실낱같은 주저, 수치심 죄책감이 없이 성적 공격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문명의 이인간성의 절체절명의 요소다. 후기산업사회와 최첨단기술사회가 도래하면서 성은 자꾸만 인간관계와 유리된 감각적 쾌락추구의 도구로 전락했다. 사이버 테크놀러지의 출현과 더불어 성은 더욱 음란화 폭력화 저질화되고 매매춘의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 성의 상품화가 극에 달하고 인간성의 상실과 비인격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문화 사이버공간에 난무하는 폭력과 성을 어떻게 통제하며 이들의 횡포에서 인간성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는 21세기 벽두의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이버 문화는 과연 인간성의 상실을 가속화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간정체성 출현을 가져올 것인가. 참으로 심각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홍강의<서울대의대 교수 소아청소년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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