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세원/통신업체 M&A효과 만점

  • 입력 1999년 12월 27일 20시 48분


대기업들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르는 과잉 중복투자가 97년 이후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은 이제 공인된 사실이다. 기업들이 외국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국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렌트(지대)를 추구하던 시대도 지났다.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전개되는 최근 상황은 하나의 세계시장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기본통신서비스 부문의 시장개방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뉴 라운드에서는 추가적인 시장개방과 함께 세계시장을 관장하는 국제규범의 채택도 추진될 예정이다.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인수합병(M&A) 또는 각종 형태의 업무제휴를 비롯한 공급 시장의 변화가 진행된다. 최근에는 미국 시내전화사업자인 SBC와 아메리테크의 합병 또는 에어터치(미국)와 보다폰(영국)의 합병 등 허다하다.

통신서비스 기업들이 전문화 및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은 세계적 차원에서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기업들이 나날이 거듭되는 기술혁신, 시장수요의 급속한 확대 및 다양화에 대처하려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수나 합병이 불가피하다. 특정 서비스부문에 특화한 전문기업들간에 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 한편 기술개발 및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용을 줄임으로써 가격인하는 물론 서비스 품질의 향상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기업들간에 경쟁이 치열해 지는 모습을 소위 윈―윈 게임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시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효율성 제고와 기술개발의 노력은 가격하락과 서비스 질의 향상을 가져오고 이에 따라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시장은 확대된다.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가격경쟁은 시장규모 자체의 확대가 가져오는 판매수입 증가에 의해 해당 기업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경쟁의 제고에 따른 혜택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와 공공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이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평가 기준도 기업규모나 국내 시장지배력 자체보다는 효율성 제고, 가격 인하 및 품질개선 등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 관련 법 제도의 취지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증대에 있다.

며칠 전 국내 통신시장에서 인수합병 사례가 등장했다. 물론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당초부터 너무 많은 수의 이동통신 사업자가 소모적 과당경쟁을 벌이는 느낌을 주었다. 관련 기업들간에 자율적 의사에 의해 이 작업이 추진됐다는 것은 일견 당연하면서도 한국적인 풍토에서 신선한 인상을 준다.

특히 외국자본을 선호하는 추세에서 국내 자본간에 협상이 이루어졌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를 선례로 해 다른 부문에서도 과감한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환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세원<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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