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참석자▼
안 찬 근(安燦根·건설교통부 교통안전과장)
설 재 훈(薛載勳·교통개발연구원 교통시설운영부장)
임 평 남(林平南·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이 순 철(李淳哲·충북대 교수)
내 남 정(乃南正·대한손해보험협회 이사)
▽설재훈부장〓동아일보가 올 한햇동안 펼쳐온 교통안전캠페인은 우리의 교통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 우리와 선진 외국의 경우를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통문화가 어떤 것인 지를 알게 했습니다. 교통안전시설이나 어린이교통안전문제, 난폭운전, 음주운전, 피로운전 등 구체적인 문제에 촛점을 맞춰 캠페인을 벌인 게 특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문제는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는 교통사고의 주 요인들입니다.
▽임평남소장〓올해는 피로운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짚은 게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피로운전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교통 선진국에서도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는 문제입니다.
▽안찬근과장〓개인적으로는 교통 선진국의 훌륭한 사례들을 알게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6월 14일자에 보도된 ‘스위스 횡단보도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고 교통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주무 담당자로서 우리나라의 횡단보도 색깔도 노란색으로 바꿀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설부장〓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예년에 비해 교통사고가 크게 증가해 사상자도 많았습니다. 경기회복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지정차로제 폐지, 제한속도 상향조정, 휴대폰의 보급 확대 등을 그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통사고 증가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내남정이사〓교통사고라는 하나의 원인으로 매년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는데도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부나 국민 모두가 교통사고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안과장〓그같은 지적에 공감합니다. 만약 전염병으로 매일 1명씩이 사망한다면 온 국민이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매일 20∼30명이 숨지는 데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교통안전정책과 관련된 예산은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쑵니다. 과감한 투자만이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단체들로 적극적으로 교통안전을 높이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순철교수〓지금처럼 교통관련 업무를 건설교통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7개 부서가 나눠 맡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통정책을 총괄적인 책임 주체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같은 강력한 추진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교통관련 투자가 미흡한 것도 문제입니다. 일본의 경우 교통범칙금을 교통안전시설 개선에 투자하도록 하는 법적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임소장〓교통안전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4차로 이상의 국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를 보면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심한 편이죠. 또 커브길 등 위험한 지역에는 특히 야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가로등을 설치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안전벨트와 안전시트 등 안전장구 착용을 의무화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타이어 결함 등 운전자가 평소 소홀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설부장〓교통안전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물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국민의식도 높아져야 합니다. 몇년 전에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 운전자 5명 중 3명은 ‘교통질서는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거나 ‘도로사정이나 불합리한 신호등 때문에 교통법규를 위반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위반은 했지만 ‘내 탓’이라고 여기는 운전자가 드물다는 얘깁니다. 다른 차량 앞으로 새치기를 해 끼어들거나 교차로를 막아 다른 차량을 못가게 해놓고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행태인 것 같습니다. 운전이란 단순히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도로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한 방식’이란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내이사〓동아일보 6월 21일자에 보도된 ‘교차로 통과에도 예절 있다’라는 제목의 캠페인 기사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행태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도 못가고 남도 못가는’ 마비상태가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한치 앞을내다보지 못하는 운전행태가 악순환처럼 계속되고있는 게 현실입니다. 올바른운전자문화가 절실합니다.
▽이교수〓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내년에는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이 손을 맞잡고 ‘교통사고가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보행자와 운전자의 동참이 절대 필요합니다. 동아일보의 교통안전캠페인이 새로운 교통문화를 가꾸는 한편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정리〓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특별취재팀〓이진녕(지방자치부 차장·팀장) 송상근(사회부) 구자룡(국제부) 서정보(지방자치부) 이호갑(생활부) 전승훈(문화부) 이헌진(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