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엉금엉금 기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24일 내린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인도가 거대한 빙판으로 변해버렸기 때문.
아예 빙판이 없는 찻길로 내려가 질주하는 차량 옆으로 걸어가는 사람도 많았다.
비슷한 시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마두역 앞 버스정류장.
◆"모래라도 뿌렸으면"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씨(35)는 저만치 앞에 선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가다가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만약 뒤에서 버스라도 달려오고 있었다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외진 곳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은 구청에서 점검해 눈을 치우거나 모래라도 뿌려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4일 눈이 내린 이후 빙판길로 인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차도는 지나가는 차량과 구청 등의 제설작업으로 대부분 눈이 녹았지만 인도에 쌓인 눈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사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나마 점포 앞 인도 등은 눈이 치워진 곳도 있지만 응달진 곳이나 인도 앞에 점포나 집이 없는 사각지대는 두꺼운 빙판이 사나흘 계속 남아 있었다. 인도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도 구청의 업무지만 구청측은 인력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
송파구 관계자는 “제설작업을 위한 정규 인력이 10여명뿐이어서 4차로 이상 주요 간선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도 벅차다”며 “시내에 아파트 등 고층건물이 늘어나면서 눈이 오면 빙판길로 변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市 "내집앞쓸기 기대"
서울시는 시내 3160곳에 모래와 염화칼슘을 비치해 놓고 시민들이 필요하면 갖다 쓰도록 하고 있지만 홍보가 안돼 이용이 안되고 있는 실정.
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내집 앞이나 내 점포 앞에 쌓인 눈은 내가 치운다는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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