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스탠더드]美 변호사 로펌 기피 은행-기업체로

  • 입력 1999년 12월 29일 19시 58분


셔먼 앤드 스털링의 와이트 피닷 변호사는 대대로 유력한 변호사 집안.

그러나 빛나는 가문의 이력은 그의 대에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의 아들이 컨설팅펌으로 진로를 잡았기 때문. 그의 아들은 여름방학 동안 미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하나인 스캐든 압스에서 근무한 후 변호사의 꿈을 접었다. 혹사당하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 사회에서 변호사는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매력적인 직업. 로스쿨을 갓 졸업한 햇병아리 변호사의 초임 연봉이 우리 돈으로 1억원이 훌쩍 넘는다.

입사 10년차 이상인 파트너의 경우 개인차는 있지만 시간당 300∼600달러의 수임료를 받는다. 고위 관료나 의원의 대다수가 변호사 출신이다.

이런 부와 명예에도 불구하고 최근 로펌을 떠나는 변호사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젊은 변호사 가운데 44%가 3년만에, 76%가 6년만에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화이트 앤드 케이스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양시경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휴일도 없이 오전 2,3시까지 일하는 변호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력을 해도 불과 10% 정도만 파트너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이 다양해졌다는 것도 한 원인.

피닷 변호사는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펌, 대기업체 등에서 로스쿨 졸업생을 ‘모시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로펌들은 입사 후 수년을 근무하면 수만달러를 더 주는 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뉴욕〓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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