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산업-관광]'미다스의 손' 관광-프랑스

  • 입력 1999년 12월 29일 20시 23분


프랑스 남부 지중해연안의 중세유적도시 몽펠리에. 말이 지중해연안이지 몽펠리에 일대(랑그도크―루시용주)의 해변은 갯벌과 사구(dune), 늪으로 뒤덮인 황량한 모래황무지였다. 적어도 63년까지는 그랬다. 게다가 모기떼까지 창궐해 이 모래밭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상전벽해랄까,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아니 전유럽에서 내로라하는 호화로운 요트휴양지와 여름해변리조트로 변모했다. 개발전만해도 랑그도크―루시용주는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주였으나 개발 20년만인 83년 3번째로 잘 사는 주로 올라섰다.

관광을 만지면 무엇이든 금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다스의 손’에 비유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드는 예가 바로 이곳의 개발이다. 최근 한국정부가 남해안국제관광벨트개발 계획을 세우면서 찾은 곳도 바로 여기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이 랑그도크―루시용지역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라그랑드모트’라는 인구 6500여명의 작은 리조트타운. 이 지역 개발 때 건설한 180㎞ 해안고속도로에 올라 차를 몰고 이 도시로 향했다. 몽펠리에 공항을 출발, 바다와 석호 사이에 놓인 고속도로를 따라 15㎞를 달렸다. 석호주변의 모래밭은 원래 모습 그대로다. 달라졌다면 모기가 사라지고 해안승마코스로 이용된다는 것. 엄청난 변화였다.

라그랑드모트는 초입부터 인상적이다. 도시이름은 조각작품 같은 설치물에 쓰여 있고 방문객은 이름을 읽으면서 자그마한 다리 아래를 통과한다.

▼장 발라뒤르가 설계▼

모두가 이 도시의 모든 건축물을 설계 또는 심의, 허가해 준 건축가 장 발라뒤르의 솜씨다. 마치 골프장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바다가 지척이지만 도시에서는 도로 양편에 빽빽히 심어진 플라타너스와 건물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도시안에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놀라게 하는 것은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 어떤 상가, 호텔, 주택도 같은 모양이 없다. 둥근 창, 반원형의 테라스 등 보통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여기서는 기본이다. 주택가로 들어서니 모두가 외벽이 하얗다. 청와대 주변 동네처럼 한적하다. 한 편에는 시청이 운영하는 골프장(18홀)이 있다. 클럽하우스에는 식당은 물론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시는 이 골프장을 시민들의 휴게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바닷가로 나오니 지중해 바람이 머릿결을 쓰다듬는다. 바닷가 모습은 도시 안쪽의 주택가와 사뭇 다르다. 우선 피라미드 형태의 삼각형 호텔건물군이 눈길을 끈다. 바다에 뜬 요트의 돛을 닮은 삼각형건물은 육지에 뜬 요트를 연상케 한다. 이 삼각형을 라그랑드모트 해변호텔의 건축에 주테마로 도입한 사람 역시 건축가 장 발라뒤르다.

장 발라뒤르 한 사람에게 한 도시의 건축을 맡긴 프랑스 정부의 아이디어도 살만하다. 63년 드골정부는 낙후된 랑그도크―루시용지역을 관광산업으로 일으켜 보겠다며 개발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새로 개발할 해변리조트타운 7개는 몇몇 건축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개성 있는 건축물로 관광객의 관심을 모으자는 것이었다.

발라뒤르는 피라미드를 주 테마로 삼아 그 개념이 전체 건축물에 반영되도록 호텔 식당 등 주요 건물의 설계를 진두지휘 했다. 그래서 지금도 이 도시에서는 바닷가나 주택가, 상가 어디를 가도 외관설계는 다르지만 그 안에 흐르는 동일한 개념을 느낄 수 있어 편안하다. 그 원칙은 지금도 지켜져 어떤 건물도 발라뒤르의 허락없이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 당시 이 피라미드 설계로 이 지역의 관광개발사업은 유럽의 관심을 모았고 이것은 야심찬 랑그도크―루시용개발계획이 성공하는 단초가 됐다. 현재 라그랑드모트에만 연중 11만명, 랑그도크―루시용지역에는 14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개발전인 63년에는 50만명 수준이었다.

▼한국서도 벤치마킹▼

한국정부가 남해안관광벨트개발계획을 세우면서 랑그도크―루시용지역을 벤치마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발지형(해안)의 유사성 △정부주도의 개발정책 때문. 라그랑드모트 앙리 두노예시장은 그 성공의 열쇠를 두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20년간 이 프로젝트를 초지일관 이끌어온 피에르 라신특별팀, 다른 하나는 개발초기(63∼65년) 토지매입기밀보안으로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점이다.

2010년까지 남해안(부산∼목포) 300여㎞해안을 개발, 차세기에 한국을 동북아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정부의 계획(남해안관광벨트개발)도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지 모른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신용은관광개발과장은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협조, 지역주민과 지자체간의 양보와 합의, 그리고 주민과 정부의 굳은 의지만 있으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그랑드모트(프랑스)〓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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