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正義를 세우는 계기로

  • 입력 1999년 12월 30일 19시 22분


기묘년(己卯年)은 정말 ‘기묘한’ 한해였다. 옷로비의혹사건이라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사건 하나가 한해 내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처음부터 의혹사항을 제대로 밝혀내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양상은 달랐을 것이다. 검찰총장 부인 등 장관급 부인들이 구속위기에 놓인 재벌총수 부인으로부터 옷로비를 받았느냐를 규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검찰의 수사결론대로 ‘실패한 로비’ 또는 ‘실체없는 로비’이거나 특별검사팀의 결론처럼 ‘포기한 로비’로 일찌감치 끝낼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면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됐는가. 한해를 보내면서, 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검찰의 종합수사결과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특검팀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옷사건은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호화쇼핑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밍크코트 배달사실과 날짜에 대해 거짓말을 한데서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옷사건’의 성격이 ‘거짓말 사건’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여기에 기름 역할을 한 것이 정치권의 안이한 자세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씨 부부를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급기야 김씨를 법무장관에 발탁하는가 하면 언론의 비판을 ‘마녀사냥’으로 몰면서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 됐다. 게다가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국민회의 일부 의원들은 진실규명보다 연씨측을 지나치게 보호하는데 급급했다. 결국 청문회는 소득없는 ‘거짓말 경연대회’로 전락했다. 진실의 실마리를 푸는데는 역시 최병모(崔炳模)특검팀이 큰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김태정씨와 박주선(朴柱宣)전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축소은폐 혐의를 잡아낸 것은 특검팀의 공로다.

그러나 사건에 연루된 부인들 가운데 누가 주도적 역할을 했는가, 누가 더 위증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검찰과 특검팀의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1차 검찰수사때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검중앙수사부는 특검팀과 대립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배정숙(裵貞淑)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서 보여준 법원의 의견은 또 다르다. 뚜렷한 물증이 없고 진술만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인 듯하다. 여하튼 수사주체마다 다른 결론은 일반인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하나뿐인 진실’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법원의 엄정한 심리를 기대한다.

옷사건으로 불행했던 한해를 보내면서 한가지 값진 교훈을 얻었다. 정의와 진실의 힘은 위대하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진실 앞에 겸허해야 하고 특히 검찰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 조속히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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