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족집게 수험생’이 돼 논술 문제를 적중시킬 수 있다.
모든 논술 문제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보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논술문제의 수준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넘어서지 않는다. 특히 국민윤리와 사회문화 교과서를 마지막으로 정독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논술문제의 모든 논제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출제될 문제를 안다는 것과 그 답을 쓸 능력을 갖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대학에서는 시중의 예상문제집을 살펴보고 비슷한 문제는 출제하지 않는다. ‘족집게’를 믿다가 낭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잊지 말자. 상대팀에서 언더핸드스로 투수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해서 좌타자를 집중 배치했다가 왼손잡이 투수가 나오면 큰 일이 아닌가.
“일주일 안에 논술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참고서도 있었다. 이 참고서가 논술에 필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끝낸다’의 의미가 문제다. 야구에 비유하면 상대 투수에 따른 우리 팀의 타순, 구장의 특성에 따른 수비 방법 등은 단시일내에 대응이 가능하다. 선구안, 빠른 발, 강한 어깨 등은 절대 일주일내에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수능시험이 끝난 뒤부터 논술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논술 시험이 끝난 뒤 “무얼 썼는지 모르겠다”는 학생이 많다. 너무 긴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었을 리가 없다. 큰 시험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충실한 연습’이 바탕이 되어야만 긴장한 상태에서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연습 때는 대충대충 답안을 쓴다. 모의고사에서 시험시간 120분 혹은 150분 동안 최선을 다하는 학생은 흔치 않다. 그러면서 “실제 시험에서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당장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연습을 통해서 익숙해지고 가능해진다.
공부를 잘하는 능력은 고통을 참는 힘에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 나은 표현, 더 좋은 논거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누구나 고통스럽다. 이 순간 고통을 참아내야 실력이 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전을 앞두고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남은 기간 보완하도록 하자.
△지망대학의 최근 3년치 문제를 풀어보았는가.
△지망대학의 시험시간에 맞게 구상 집필 퇴고하고 시간을 배분하는 연습을 했는가.
△지망대학의 답안 분량에 맞게 서론 본론 결론의 분량 분배 연습을 했는가.
△지망대학의 필기도구를 확인했는가.
△답안 작성시 활용할 통계숫자 속담 명언 일화 최근의 사건 등을 2개 이상씩 준비했는가.
△서론의 끝문장 형식을 준비했는가.
△기본적인 원고지 사용법을 익혔는가.
△다음 논제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는가.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역사란 무엇인가
―절대적 윤리와 상대적 윤리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환경 문제에 대한 입장
―과학의 가치중립성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2000@edutopia.com
▼시험볼 대학 사전답사 바람직▼
논술시험에서는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 점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학에 따라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때 답안을 제출하고 퇴실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 열심히 답안을 쓰던 수험생이 퇴실하는 다른 수험생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우가 있다. 의자소리 등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도록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내부는 겉보기와 달리 시설이 미비한 곳도 있다. 책상이 좁아서 불편했다고 호소하는 수험생이 많다. 특히 책상과 의자가 오른쪽 팔걸이로 연결된 1인용 책상은 왼손잡이에게 매우 불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상을 바꾸어 주는 대학은 별로 없다. 때로는 난방이 미흡하거나 문틈의 찬바람 때문에 손이 시렸다는 경우도 있다. 모두 수험생 자신이 알아서 대비해야 한다.
뜻밖에도 시험 도중에 졸았다는 학생이 더러 있다. 오후에 시험을 치르는 경우 식곤증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마음가짐이나 식사량 조절 등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오후에 시험을 치르는 대학은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등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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