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류인균/'인터넷 자제력'키워야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21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신가정교육팀(02―735―6250)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중퇴생인 A군은 PC방에서 무위도식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1년여 전부터 PC방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중독증에 걸렸다. 결국 학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PC방에서 기거하고 있다. 낮에는 시간제 수당을 받고 PC방 관리를 해준다. 밤에는 네트워크 게임이나 통신을 하면서 3시간 정도씩 새우잠이나 겨우 잘 정도로 네트워크 게임에 빠져 있다. 수면 부족으로 하루종일 멍한 상태이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24시간 PC방에서만 생활하는 셈이다.

A군처럼 심각한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녀가 컴퓨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겨 걱정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컴퓨터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보면 학업의 손실은 물론이고 청소년기의 인격 형성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이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일로 가득해 보이는 인터넷의 세계를 알게 되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기 쉽다. 그 결과 가족과의 친밀한 대화, 친구들간의 건전한 교제가 단절되고 독서 운동 등에 할당되어야 할 시간들이 줄어들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나 성격 형성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적절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우선 컴퓨터라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품이 되고 인터넷이 정보를 얻는 주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술 담배처럼 컴퓨터 접촉을 무조건 금할 수가 없다. 더구나 컴퓨터에 익숙지 못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통제하는데 더욱 무력하다.

컴퓨터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것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자녀들의 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적절한 생활습관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컴퓨터 사용시간에 대해서는 자녀와의 대화로 적절한 타협을 한 후 하루에 1시간이라든지 혹은 주말에 몇 시간이라든지 시간표를 정하여 지키게 유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시험에서 약속된 성적을 달성하면 몇 시간을 더하게 해준다는 등 보상체계를 정하는 것도 좋다. 또한 그러한 타협과 함께 여가 시간을 건전하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도록 부모가 유도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지도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물론 부모와 자녀간의 신뢰의 관계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인터넷 중독증’이 너무 심해 이같은 방법으로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있거나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이 동반될 때는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컴퓨터를 적절히 사용하면 지식의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되지만 과도하면 결국 청소년들을 실생활과 연계성을 잃어버린 ‘사이버 인간’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자기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반드시 자녀의 컴퓨터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주어야 할 것이다.

류인균<서울대의대교수·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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