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음식역사 "지난 1000년은 맛보다 양"

  • 입력 2000년 1월 3일 00시 54분


지난 1000년 동안 인류 대다수에게는 잘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식사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상상력을 지금까지 사로잡고 있거나, 미래에 대한 암시를 지니고 있었던 10여 개의 순간을 골라낼 수는 있다.

◆1191년-사막의 셔벗

제 3차 십자군 원정 때 사자왕 리처드와 대적하고 있던 살라딘은 뜨거운 날씨 속에서 고생하고 있는 리처드에게 일종의 공물로서 차가운 음식을 보냈다. 아마 레바논의 산악지대에서 채취한 눈으로 차갑게 만든 물 아니면 샤르바트(샤베트) 한 접시였을 것이다. 이 사건은 동양과 서양의 음식이 최초로 만난 사건이었으며, 차가운 디저트를 먹는 전통을 탄생시켰다.

◆1280년-서양이 동양의 음식을 먹다

몽골 제국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는 중국음식에 매혹된 최초의 유럽인이었다. 항조우 시에서 소비되는 음식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그는 항조우 시에서 매일 소비되는 후추의 양을 계산했고, 그 결과 43수레라는 결론을 얻었다. 수레 1대에 실리는 무게는 대략 100kg 정도였다.

◆1518년-뚱뚱한 영국인

헨리 8세와 궁정신하들이 하룻동안의 연회에서 먹은 음식의 양은 소 11마리, 양 6마리, 돼지 17마리, 닭 540마리, 백조 15마리, 학 6마리, 비둘기 384마리, 종달새 648마리, 공작새 4마리, 배 3000개, 사과 1300개, 빵 3000 덩어리, 버터 400접시였다. 원래 37인치였던 헨리의 허리둘레는 1541년에 57인치로 늘었다.

◆1549년-파리에 온 플로렌스

카트린느 드 메디치가 앙리 2세의 신부로 파리에 입성하던 날, 프랑스인들은 자기들이 세계 음식의 중심임을 보여주기 위해 성대한 연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플로렌스 출신인 카트린느는 이탈리아인 요리사, 제빵 기술자, 제과 기술자는 물론 아티초크와 파슬리 같은 새로운 음식재료들까지 프랑스로 가져왔고, 결국은 이탈리아가 프랑스에게 더 세련되고 복잡한 요리를 개발하도록 가르쳤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1621년-새로운 미국 요리

9월 21일부터 11월 9일 사이의 어느 날, 플리머스의 이주민들은 자신들을 도와준 인디언들과 함께 첫 번째 추수를 기념하기 위한 식탁에 앉았다. 칠면조가 상에 올랐고, 인디언들이 제공한 굴, 뱀장어, 옥수수빵, 사슴고기, 물냉이, 부추, 자두 등도 있었다. 인디언들이 갖고 온 음식 중에는 팝콘도 있었다.

◆1671년-곤경에 빠진 요리사

4월 24일에 콩드 공은 사촌인 태양왕 루이 14세를 손님으로 맞이했다. 그의 집사인 바텔은 12일 동안이나 잠을 전혀 자지 않은 채 이 연회를 준비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손님들이 나타나서 연회 준비에 차질이 생기자 우울증에 걸려 버렸다. 그 다음날, 바텔은 생선을 배달하는 식료품상인 두 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시간에 배달을 온 것은 한 명뿐이었다. 바텔은 “이런 수치를 겪고는 살 수가 없다”면서 방으로 가서 칼을 문에 꽂아놓고 거기에 몸을 부딪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나머지 한 명의 식료품상인은 그 직후에 도착했다.

◆1794년-프랑스가 보스턴을 함락시키다

보르도 대주교의 요리사였던 프랑스인이 보스턴에 문을 연 레스토랑 줄리앙은 하루아침에 커다란 명성을 얻어 미국에서 최초로 음식의 유행을 일으킨 레스토랑이 되었다.

◆1955년-오늘은 데 플레인즈에서. 내일은 세계에서

레이 크록은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햄버거 상인에게서 맥도널드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를 사들인 다음 일리노이주 데 플레인즈에 최초의 맥도널드 햄버거 노점을 열었다. 햄버거의 가격은 15센트였고, 프렌치 프라이드의 가격은 10센트였다. 현재 맥도널드는 6개 대륙, 115개국에 점포를 갖고 있으며, 99년 5월에 2만5000번째 점포를 개설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dining/122999millennium―dinne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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