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경제공동체 구성 방안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3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북한측에 제의한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이 남북관계의 새 통로를 여는 실마리가 될지 궁금하다. 통일정책이나 대북제의는 지금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리성과 실현가능성, 그리고 국민합의라는 3가지 기준에 의해 검증돼 왔다. 이 기준들에 비추어 경제공동체 방안은 이미 검증된 정책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보내고 남한의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남북경제공동체 개념에 바탕하고 있다. 물론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같은 민족으로서 남한이 도와주어야 할 당위성도 크다. 그러나 일방적 지원보다는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경제적 보완관계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이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다. 경제공동체나 공영(共榮)공동체가 바로 그런 방안에 해당한다.

그러나 큰 방향이 옳다고 해도 그것을 실천해 가는 중간의 시행세칙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가 문제다. 김대통령이 제의한 남북 국책연구기관간의 협의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실천방법이다. 작년 8월 중순 동아일보사의 후원아래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한 및 해외 한인학자 통일포럼은 이미 양측 연구단체간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양측 학자들은 1972년 남북간에 합의된 7·4남북공동성명과 그 정신을 계승해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가 실천돼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경제공동체 구성도 남북당국에 제언할 수 있는 연구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먼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합의서에 명문화한 남북교류 협력을 보면 김대통령의 대북 제의는 그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기본합의서는 끊어진 철도와 도로의 연결, 해로 항로의 개설을 추진하기로 돼있다. 뿐만 아니라 대금결제는 청산결제방식을 택하기로 하고 결제통화의 선정문제까지 협의할 계획이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예에서 보듯이 남북한 당국의 어떤 제의도 실천되지 않는 한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공동체 방안의 실천에 북한이 응해 오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당국이 호응하는 메아리를 보내지 않는 한 남한의 제의는 아무 쓸모가 없기 마련이다. 북한당국은 이미 오래전에 양측 총리가 서명해 교환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되새겨 보고 거기에 제시된 남북 공존공영의 구상이 실현되도록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우선 경제공동체 구성제의에 대해 북측의 진지한 검토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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