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year2000과 19450815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44분


인터넷은 세기가 바뀌어도 핫이슈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로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정보고속도로’ ‘정보사냥꾼’ ‘인터넷 검색전문가’같은 말도 일상적이다. 컴맹에게는 낯선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국가 정부 기업 학교는 물론 개인에게도 인터넷은 이제 생명줄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끼리도 더 빨리 더 많은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인터넷은 매일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인터넷은 바로 돈’이라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인터넷 관련 주식이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 컴퓨터황제 빌 게이츠나 인터넷제국을 그리는 손정의는 차치하고라도 인터넷 벤처기업의 성공 얘기가 신문과 방송에 거르는 날이 없다. 인터넷 사업은 그 분야와 종류가 끝이 없는 것 같다. 사이버부동산사업가나 인터넷 주소(도메인)사냥꾼의 사업도 그 중의 하나다.

도메인은 기업에는 상호이며 간판이다. 국내 한 은행은 점포 옥외 간판에도 인터넷주소를 넣기로 했다. 좋은 도메인은 많은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도메인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미 번뜩이는 재치와 빠른 동작으로 ‘떼돈이 될 만한’ 도메인을 선점한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어제 인터넷 경매에서는 year2000.com이란 도메인이 무려 1000만달러에 팔린 기록이 세워졌다. business.com이 750만달러에 거래된 게 종전기록이었다. 국내에서도 도메인 하나가 1억원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도메인은 커다란 분쟁의 요소도 된다. 최근 중국에서 유학온 학생이 한국의 광복절을 의미하는 19450815.com을 선점해 도메인 등록을 하고 경매에 부쳤다고 한다. 이에 대응해 한국의 한 네티즌은 중국 정부수립일을 의미하는 19491001.com 등 3개의 관련 도메인을 한꺼번에 등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중일 3개국 네티즌의 신경전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도메인분쟁이 법정으로 간 예도 적지 않고 거금을 들여 도메인을 수천개 등록했다가 팔리지 않아 자살한 사람도 있다. 사이버시대의 새 풍속도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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