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5시]대도시의 농민-어부들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인터넷만 있어도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첨단 정보화 기반시설이 갖춰진 서울. 하루가 다르게 현대화하고 있는 국제적인 도시라지만 그 안에는 아직도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는 ‘1차산업형 시민’이 적지 않다.

▼내곡-부암동 대표적▼

서울 서초구 내곡동 신흥마을에서 양 100여 마리를 기르며 사는 김현용(金顯龍·70)씨 가족 3대도 그런 시민에 포함된다. 김씨가 이곳에 처음 축사를 세우고 양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26년 전. 새끼 양 2마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000여평 규모의 대형 목장으로 변했다.

양을 돌보는 일은 김씨 내외와 두 아들 영배(英培·43) 근배(根培)씨 가족 11명이 돌아가며 맡는다. 요즈음 방학을 맞은 김씨 손자들은 목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양한테 먹이를 주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광고회사에 다니다 94년부터 가업에 동참한 근배씨는 “큰 돈은 못 벌지만 월급을 받을 때에 비해 수입이 훨씬 많다”며 “무엇보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터는 한강이다. 한강의 서울 수계는 86년 어족 보호 등을 이유로 어로행위가 금지됐다. 그러나 이들은 단속의 눈길을 피해 주로 야간에 물고기를 잡는다.

이들은 대부분 한강의 서울과 경기도 경계 지역에서 0.5t짜리 소형보트를 타고 한강 상류로 올라가면서 그물이나 낚싯대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다.

▼뚝섬상류서 어로작업▼

한강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한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70명 정도 된다”며 “이들이 상류쪽으로 많이 올라갈 때는 뚝섬 근방까지 가서 고기를 잡는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뒤편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는 50여명이 텃밭 농사를 지으며 모여 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밭에서 채소를 키우면서 때로는 시내에 나가 공사현장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 그리고 파출부 등으로도 일한다.

‘뒷골’로 불리는 이곳은 두메산골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흙벽집, 오랜 풍상에 내려앉은 기와지붕, 밭 이랑에서 따뜻한 볕을 쬐며 졸고 있는 개들….

부암동사무소 관계자는 “68년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무장간첩들이 이곳까지 들어온 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이렇게 개발이 정지됐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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