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하니발, SK 숨은 일꾼…빗장수비 빛나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2년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프로농구 ‘제10구단’ SK 나이츠가 폭풍처럼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5일 현재 올시즌 최다인 8연승을 내달리며 18승4패로 승률 0.818의 ‘고공비행’. 3년연속 패권을 노리는 2위 현대 걸리버스와의 승차도 어느새 2경기로 벌렸다.

SK 돌풍의 핵은 누가 뭐래도 ‘골리앗’ 서장훈(2m7)과 용병 센터 재키 존스(2m1). 상대 골밑을 평정하는 이들 ‘쌍돛대’의 활약은 눈부시다.

그러나 SK 최인선감독은 굳이 또 한명의 수훈선수를 추천한다.

1m93의 장신 용병 가드 로데릭 하니발. 대만프로리그에서 96년 올스타에 뽑혔던 그는 서장훈과 존스의 공격을 리드하는 가드 겸 스몰 포워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물샐 틈 없는 ‘빗장수비’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4일 부산에서 열린 기아 엔터프라이즈전은 하니발의 숨은 가치가 확실하게 드러난 경기.연장 접전이 벌어졌던 이날 하니발은 발 빠른 기아 슈터 김영만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7점으로 묶고 연장전에서 연속 4득점을 올려 자칫하면 멈출 뻔했던 팀의 연승행진에 날개를 달았다.

최감독은 “수비 선수인 하니발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라며 “올시즌 하니발이 없었다면 1위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사실 기록상으로 나타난 하니발의 활약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각종 랭킹에서 그는 유일하게 야투 성공률에서만 65.4%로 상위권(5위)에 올라 있을 뿐이다. 평균득점(16.7점)과 리바운드(5.8개)는 서장훈과 존스에 이어 모두 팀내 3위.

그러나 하니발은 고무공같은 탄력으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현란한 더블 클러치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등 팀의 숨은 일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쪽 사이드에서 상대 마크가 떨어지기만 하면 망설임 없이 던지는 3점포와 미들슛은 물론 개인돌파와 패싱력도 뛰어나 팀전술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는 하니발은 창단 첫해인 97∼98시즌 꼴찌, 98∼99시즌 8위에 처졌던 SK의 올시즌 선두질주를 힘차게 이끌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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