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타임스는 "아파서가 아니라 건강을 체크해 보고 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강검진에서 나오는 수치를 해석하고 이에 따라 생활습관을 바꾸는 ’적극적 건강법’에 갈수록 관심을 보인다는 풀이다.
▼CT촬영을 해주세요▼
국내서도 서울중앙병원 서울대병원 등 종합병원에서 40만∼100만원에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2월말까지 예약된 상태. "직장에서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형식적이어서 도움이 안 된다"는 불신론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건강검진은 따로 있는 것있까?
한강성심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A사 김모이사(50)는 다짜고짜 "컴퓨터촬영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해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정상’판정을 받은 입사동기가 몇 달 만에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떴다"며.
전문의들은 "그런 일은 100만원짜리 건강검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크게 놀라지 않는다.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윤종률교수(가정의학과장)는 "수치만으로 개인의 건강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도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 병은 내가 안다▼
전문의들은 "건강검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느끼는 증상과 객관적인 위험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체중이 감소하거나 몸의 어느 한 부위가 계속적으로 아픈 경우 등 개인의 느낌과 과음 흡연 스트레스상황 등을 무시하고는 검사에서 나온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
윤교수는 "1㎝가 안 되는 초기 암은 컴퓨터촬영으로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검사결과 정상으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자세한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검사결과 어느 부분에 ’이상’이 있다고 할 경우엔 ’재검’판정이 나온다. 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오재준교수(건강증진센터 소장)은 "건강검진에서 재검판정을 받는 사람은 전체의 25%가량이지만 재검 후 실제로 이상이 있는 경우는 20%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80%▼
전문의들은 "검진에서 80%는 정상 판정을 받아도 이것이 ’건강의 보증서’는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오교수는 "수치상 정상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삶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운동 금연 등 생활패턴의 변화를 줘야 하는 사람이 거의 전부“라며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것 같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 어떻게?▼
가정의학과에 들러 먼저 진찰을 받은 뒤 필요한 검사만 받는 것도 방법.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에 ‘고통 없이’ 자리한 병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쨌거나 종합건강검진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40만원짜리와 100여만원 짜리 건강검진의 차이는 ‘메뉴’의 구성. 비싼 것일수록 검사항목이 많다. “비싼 게 더 세밀하게 관찰하기 때문에 결과의 신뢰도가 높다”는 주장과 “이상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필요 없는 검사항목을 추가해 값만 올려 받고 있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중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에서 되도록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100만원짜리 검사를 받아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정확하다 해도 10만원짜리 검사를 받으면 안심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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