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구 아무데나 가구 싶은 데루 막 가보구…다른 유럽 나라루 여행두 다녀 보구요.
그럼 언제 돌아갈 건데?
벌써 일 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시오. 밤마다 내일은 기숙사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가두 아침이 되면 생각이 바뀌는 거야요.
돌아가면 처벌을 받을까봐 그래?
새로운 세상에서 맘 내키는대루 살구파요.
어떻게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어. 그렇게 쉬운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너희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나들도 만나지 못할 거야. 천만 명이 반 세기 동안 못 만나고 있으니까. 나는 영수가 자란 사회를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는 네가 밖에 나와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어 여러 가지 창안과 새로운 기술로 보답을 해주리라고 믿었을테지. 거긴 외화도 부족하구 어려울텐데 네가 가르쳐 주어야할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해 봐라.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행복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구요!
사람은 어떤 경우에 낯선 게 좋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기 집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잘 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너는 아직 성인두 아니구 가출한 거나 같아. 나는 네 가족에게 널 돌려 보내주고 싶구나.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네가 결정할 문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깊이 생각해 봐라. 평소에 무슨 불만이라두 있었어?
그전부터 내 맘대루 된 건 하나두 없시오. 내가 좋아서 기계를 전공한 것 두 아니구.
응 그건 잘못 되었구나. 헌데 유학 나오고 싶은 다른 젊은이들도 많이 있었겠지.
기럼요 전 군에두 안갔는데요. 수십대 일이야요, 시험이 꽤 까다로와요.
나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내가 염려하는 건 누군가 널 이용하는 일이다. 북에 있건 남에 있건 사람의 일생은 누구에게나 귀한 거야. 네가 처지가 아주 불리하고 살기 힘들다면 여긴 선진국이니까 누구나 망명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고생두 식구들 있는데서 겪고 나면 나중에 훨씬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여튼 이 선생은 영수에게 성의를 들여서 얘기 했습니다. 나는 그가 진지한 사람인줄은 알았지만 이런 귀찮은 문젯거리를 공평무사하게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고 일단 신뢰가 갔어요. 서로 귀순했다고 우기고 떠들어대지만 내 생각으로도 나의 삶은 남한 사회의 산물입니다. 그러니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지요. 당신도 그랬지 않아요? 반대로 북의 인민들도 그렇겠지요. 그쪽이나 이쪽이나 자기들 안에서 변화 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구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들 분단의 조건입니다.
다음 날부터 우리는 영수를 따라 나서지 않고 지도 한 장과 용돈만 주고 혼자 내보냈어요. 영수는 사흘 동안이나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더니 서베를린에 온지 거의 열흘이 되었던 날 저녁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이 선생이 눈짓을 하면서 조용히 내게 말했어요.
한번 가 봐요. 방에 틀어박혀서 꼼짝도 않고 있어.
피곤해서 잠들었는지두 모르잖아요.
<글: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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