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동철/'조용한 革命' 지켜보자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16대 총선 관전(觀戰)이 상당히 재미있게 됐다.

여야의 공천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2000년 총선시민연대(총선연대)’가 공천감시 및 낙선운동을 공식선언하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간 ‘장외(場外)전쟁’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장외전쟁의 향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그동안 여야의 공방 속에 결판나던 선거전의 구도가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우리 유권자들의 선택은 항상 절묘했다.

이 땅에 민주화바람을 몰고 왔던 1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역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치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웃으며 ‘신민당 돌풍’ ‘여소야대’ 등 표를 통한 변혁을 가져왔고 결국 97년 15대 대선에서는 역사상 처음인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어디 그 뿐이랴. 현명한 유권자들은 총선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기성정치인들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지혜도 발휘했다. 4년전 15대 총선 때도 14대 현역의원 231명이 지역구에 도전해 111명이나 고배를 마신 반면 초선의원(전국구 포함)은 106명이 당선돼 초선의원 비율이 무려 35%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들까지 낙선운동에 적극 가담할 경우 현역의원 낙선율이 훨씬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현역의원들이 20일경으로 예고된 총선연대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이 총선 관전 제1포인트다.

두번째는 공동여당의 연합공천 성사여부. 사상 처음 2여(與)1야(野)구도로 치러지는 만큼 텃밭을 뺀 지역, 특히 수도권에서의 연합공천 여부는 승패와 직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새천년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이인제(李仁濟)씨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연합공천을 둘러싸고 이미 일합(一合)을 겨루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하지만 이런 승부가 97년 대선에서 DJP합의를 이끌어냈던 양김의 조율 속에 어떻게 결론날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총선 관전의 또 다른 재미다.

최소한 1인보스정치 구도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이 ‘계파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벌써 조순(趙淳)명예총재는 97년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 당시 지분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른 계파 보스들도 공천몫은 반드시 챙기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고 한나라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는 차기 대권구도와 직결된 핵심사항이다. 이 대목이 총선 관전 제3포인트다.

마지막으로 대안세력의 부상(浮上)여부다. 자민련 이탈세력이 주축이 된 한국신당이나 TK세력을 중심으로 한 영남신당이 어떤 형태로 자리매김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관전 포인트는 유권자 스스로의 ‘조용한 혁명’이 4월13일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는 일이다. 유권자혁명은 올 4월의 화두(話頭)이기 때문이다.

김동철기자<정치부>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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