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클럽’의 이 같은 테마는 밀라노에서 열린 2000년 최초의 남성복 패션쇼에도 등장했다. 적어도 벨기에의 디자이너 더크 비켐베르그스는 패션쇼를 구상할 때 분명히 싸움을 하다 멍든 남성의 모습을 생각했던 듯하다. 그는 비밀스러운 의식의 일부로 주먹다짐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황량한 무대에 셔츠를 벗어던지고 싸움패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은 모델들을 올려보냈다. 일부 모델들은 눈가에 시퍼렇게 멍이 든 것처럼 분장을 하기도 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역시 자신이 발표한 작품들의 주제를 ‘싸움 클럽’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군대의 위장복 같은 무늬가 찍히고 면도날이 장식된 정장과 지퍼가 잔뜩 달린 꼭 끼는 바지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베르사체는 자신이 ‘싸움 클럽’의 분위기를 따왔을 뿐, 그 의미까지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패션쇼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이 모두 ‘싸움 클럽’의 주제를 따온 것은 아니었다. 특히 구치의 패션쇼 분위기가 비켐베르그스나 베르사체의 분위기와 아주 달랐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포드는 구치의 로고가 찍힌 숄더 백과 머리에 매는 스카프를 소품으로 이용한 옷들과 모피 코트 등을 선보였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011100milan-mens-fash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