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몸이야기]손/만능도구 역할하는 생각의 거울

  • 입력 2000년 1월 13일 22시 33분


‘하나의 도구로서 모든 완벽함의 극치를 이룬 것’(영국의 찰스 벨 경)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정신의 칼날’(구소련 출신의 미국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

모두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뼈, 8개의 손목뼈와 수많은 관절 근육 인대 등으로 이뤄진 손에 대해 경탄한 말이다.

사실 손처럼 오묘하면서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해온 신체 부위도 드물다. 손가락은 평생 2500만 번 정도 굽혔다 펴기를 되풀이하지만 그럼에도 둔감하지 않다.

손가락의 안쪽과 손바닥에는 촉각을 느끼는 ‘마이스너14소체’가 풍부하기 때문에 손은 신체 어느 부위보다도 민감한 곳 중 하나.

어릴적 질병으로 한평생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헬렌 켈러의 손은 극도로 민감해서 라디오 스피커에 손가락을 대면 코넷과 북이 울리는 차이, 첼로의 깊은 소리와 바이얼린의 높은 음을 가려낼 수 있었다고 한다.

▼손가락▼

‘손의 신비’의 저자인 미국의 존 네이피어박사는 “사람의 손이 없었다면 도구적 인간(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중 진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엄지손가락의 아귀힘. 아이작 뉴턴은 “다른 증거가 없어도 엄지 하나 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은 욕을 할 때 자주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선 엄지를 같은 쪽 손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넣는 것이 욕이다.그러나 F브라질에선 행운을 기원하는 표시.

손가락을 이용해 성교 흉내를 내는 것을 피스톨라(Pistola)라고 부른다. 중국에선 중지를 세우고 다른 쪽 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 다음 끼워넣는 것이 피스톨라.

2차 세계대전 직전 일본이 중국을 침범했을 때 일본은 괴뢰은행을 세우고 지폐를 만들면서 중국인 조각사에게 활판을 맡겼다. 이때 한 조각사가 지폐에 새겨진 인물의 손을 피스톨라로 조각해 ‘저항’했다. 결국 색출돼 참수당했지만.

서양에서 중지는 음탕한 손이라 불렀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중지를 치켜 올리는 것이 욕이란 것은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국에선 손바닥을 몸쪽으로 향하게 하고 행운의 ‘V’자를 만드는 것도 똑같은 뜻이므로 영국을 여행할 땐 조심.

▼손톱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손톱은 태내에서 8∼12주 쯤 생긴다. 손톱 아래 ‘털바탕질 배세포’가 손톱이 자라는 뿌리.

이곳 세포가 앞으로 나가면서 각질이 되면 바로 손톱이다. 하루 평균 0.1㎜ 정도 길어진다. 손톱은 겨울보다 여름에 빨리 자라며 발톱보다 4배 빨리 자란다.

손톱으로 건강의 이상을 알 수 있다. △손톱이 옛 시계 유리처럼 불룩해지고 손가락 끝부분이 둥글거나 네모진 송곳 모양으로 커지면 간질환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염 폐렴 폐암 △손톱을 가로질러 홈을 판 듯한 줄무늬가 있고 손톱 뿌리 부분에서 손끝 방향으로 이동해가면 홍역 급만성열질환 또는 격심한 스트레스 △손톱이 숟가락 모양으로 들어가면 관상동맥질환 매독 갑상선질환 △손톱 끝 1∼2㎜는 정상적 분홍색이지만 다른 부분이 흰색이면 간경화증 당뇨병 심장병 △손톱에 작은 홈이 생기면 원형탈모증 류마티스성관절염 만성습진 △손톱이 노래지면 림프선질환 폐암 매독 등을 의심할 수 있고 △가로로 넓직한 하얀선이 나타나면 간경화 콩팥질환 등으로 신체에 알부민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왼손과 오른손▼

인류는 왼손잡이를 배척해 왔다. 1980년 세계 40억 인구 중 2억명 만이 왼손잡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미국 미네소타대의 브링 브링글슨박사는 “부모나 교사가 간섭하지 않으면 100명 중 34명이 왼손잡이”라고 주장.

영어 단어에서도 왼손은 천대받았다. 영어의 왼쪽 레프트(Left)는 ’버려졌다‘는 뜻이며 ‘요령없는(Gauche)’‘불길한(Sinister)’ 등도 어원은 왼쪽.

반면 오른쪽 라이트(Right)는 ‘옳다’는 뜻으로 ‘정당한(Righteous)’‘빈틈없는(Dexterous)’과 어원의 뜻이 같다.

(도움말=연세대의대 해부학교실 이원택,〃 피부과 이민걸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아시나요▼

○ X 로 답하셔요

문>

① 고대 로마 검투장에서 엄지를 다른 손으로 감싸면 살려주라는 뜻이었다.

② 지문은 일시적으로 지워져도 금새 복구된다.

③ 사람은 낮에 쉴 때보다 잘 때 더 많은 땀을 흘린다.

④ 손바닥의 땀은 손가락과 손바닥의 융기무늬에서 나오며 손의 쥐는 힘을 높여준다.

⑤ 동물도 왼손잡이가 있다.

답>

① ○ 내려꽂으면 죽이라는 뜻.

② ○ 기원전3세기 중국 상인들은 지문을 도장으로 사용했다.

③ X 잘 때는 땀을 내는 에크린샘의 활동이 멈춘다. 특히 온도가 아무리 올라가도 손에서는 땀이 나지 않는다

④ ○ 육체노동자가 삽자루를 쥘 때 침을 뱉는 것을 생각해보라

⑤ ○ 짧은꼬리원숭이와 민꼬리원숭이 등은 왼손잡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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