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욕망의 교환수단’이 되어온 돈. 그러나 처음부터 동전이나 지폐가 쓰였던 것은 아니다. 소금이나 양 가축이 거래수단으로 쓰일 때도 있었다. 소금(salt)과 샐러리(월급)의 어원이 같은 게 그 때문이라고 한다. 성경 ‘창세기’에도 양을 지불수단으로 쓰는 게 나온다. 고대 중국에서는 조개껍데기나 비단이 돈같이 쓰였다. 화폐의 화(貨)는 여러 가지 물건과 맞바꿀 수 있는 조개껍데기, 폐(幣)는 신에 바치는 비단이라는 의미다.
▷금화가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 후이며 은화는 16세기에 이르러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은화 금화의 무게 때문에 대규모 상거래에는 종이돈이 필요하게 되었다. 지폐는 1680년경 나오기 시작했고 영국 잉글랜드 은행이 발권은행의 효시처럼 되어 있다. 그 이래 경화(동전)는 종이돈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과연 이제 지폐도 사라지게 되는 걸까. 디지털기술로 사람의 신용과 재산을 완벽하게 나타낼 수 있게 되면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한 장의 카드로 택시도 타고 예금을 넣고 빼며 물건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문자까지도 사라져 가리라는 예언을 믿을 수 있을까. 이미 문자판(키보드) 없는 컴퓨터, 문자나 소리만이 아닌 냄새나 맛 같은 오감(五感)을 전달하는 인터넷2가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한들 ‘글씨 없는 정보 전달’이 가능할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문자의 운명이 화폐와는 다르리라는 것이다. 어쨌든 눈부신 변화에의 기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안이 교차하는 게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인가?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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