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양승목/'落選운동' 심층분석 필요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행 선거법 87조에 의하면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지지하는 쪽이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을 청산하기 위해서 낙선운동을 강행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고 있다. 법과 국민감정 사이에 이처럼 큰 간격이 있는 것이다.

이 미묘한 상황에서 동아일보의 입장이 너무 원칙적이지 않으냐는 생각이 든다.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대한 동아일보의 기본 입장은 10일자와 13일자 사설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단체의 선거 개입은 그 취지는 존중하지만 어디까지나 ‘현행법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정략적 자세 때문에 고쳐지지 않는 법이라면 ‘범위 안에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악법을 고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경실련이 ‘공천 부적격자’ 16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는 11일자 기사를 보자. 선정 기준과 선정과정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만큼 동아일보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신중한 결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A3면의 기사에서 명단공개의 부정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강조한 것은 단견이었다. 시민단체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나설 수밖에 없는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해 비판과 분석이 반드시 따라야 했다.

이런 점에서 공직출마자의 전과(前科), 병역, 납세내용을 공개하도록 선거법 개정을 촉구한 13일자 사설은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좀 더 크게 심층적으로 다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문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런 기본적인 투명성도 갖추지 못한 정치권이 어떻게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을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 지난 주에 해외 경제뉴스로는 보기 드물게 종합면과 국제면을 연일 장식하고 사설에까지 오른 기사가 있었다. 바로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 그룹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복합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의 합병에 관한 뉴스다. 사상 최대의 기업합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두 기업의 합병은 뉴스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기사가 이 사건을 철저히 시장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 합병은 전통적 미디어와 인터넷을 결합한 거대기업의 탄생일 뿐만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하나의 통제권에 들어가는 정보독점의 심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정보의 독점화는 궁극적으로 미디어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 다행히 13일자 A3면 ‘AOL-타임워너 합병이후’ 기사와 14일자 A7면에 게재된 박명진 교수의 시론이 이런 시각의 불균형을 상당부분 바로잡아 주었다.

양승목〈서울대 교수·언론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