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눈덩이 부채해결 부심… 지자체 빚 총17조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각 지방자치단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재정상태가 부실한 지자체에 대해선 조직축소, 신규사업 제한, 교부금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데 자극받아 토지 매각 등의 대책마련에 나선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토지매각이 여의치 않은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가 오히려 대형사업을 잇따라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 부채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무리한 전시행정 원인 ▼

행정자치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각 지자체의 부채는 총 16조8360억원. 이는 지난해 지자체 예산 50조654억원의 33.6%에 해당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해 모두 2조2236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 중 아시아경기대회 준비와 항만 배후도로 건설사업으로 진 빚만 1조165억원에 달한다.

대구시는 1조6575억원의 부채가 있다. 이 중 지하철건설 등 대형 건설사업에 투입된 돈이 전체의 60%를 넘어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보여주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갚아야 할 빚은 상하수도 사업 3500억원, 주택사업 48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 2418억원. 서울시가 직접 갚아야 할 채무는 아니지만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등 시 투자기관이 진 빚 4조3700억원을 합치면 부채가 총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각 지차체의 부채는 △인천 1조920억원 △광주 8641억원 △경기 2조7271억원 △대전 7153억원 △충남 7111억원 △충북 5155억원 △강원 7774억원 △울산 3505억원 △전북 7553억원 △경북 1조1286억원 △전남 6873억원 △경남 1조796억원 △제주 5142억원 등이다.

이 중 경남의 경우 전체 부채의 96.2%(1조390억원)가 기초자치단체가 지고 있는 빚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재무상태는 비교적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남 전북 경기 강원 충북 등도 기초자치단체의 빚이 전체 부채의 80% 이상이다. 한편 본보 취재팀의 조사결과 지난해 하반기 중 서울 광주 부산 울산은 채무가 각각 400억∼2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충북만 66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재정점검 제도적장치를" ▼

각 지자체는 △토지매각 △잉여예산의 지방채 상환기금 전환 △지방채 발행 억제 △사업 축소 등으로 부채를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부산의 경우 시유지 처분이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상 토지는 77만9000여평. 공시지가로 1조2832억원에 달한다. 부산시는 17일 올해 안에 우선 3537억원 상당의 땅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지역경제가 침체돼 있는데다 아파트 분양도 부진해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하철 건설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5000억원의 국고지원금을 요청해 놓은 상태. 지방세수 확대 이외의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자금 외에는 더 이상 빚을 들여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부채 상환기금을 적립해 올해부터 매년 1000억원씩 갚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도 올해부터 지방채 상환기금을 적립하기로 했다. 또 지방채 발행 심사를 강화해 채권 발행을 억제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지방채 발행을 통한 신규사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잉여예산의 일정부분을 채무상환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 또 대전시도 잉여예산은 부채상환 자금으로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빚이 많아도 지자체가 부도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무원들의 안이한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지방채 발행의 기준을 신용평가로 바꿔 신용도가 낮은 지자체는 지방채 발행이 힘들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기현(曺起鉉)박사는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단체장을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시민이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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