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직원이 유난히 착했던 것일까, 아니면 미드웨스트의 기업문화가 그랬을까.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만족도를 격년으로 조사하는 재거트(Zagat)는 1998년 미국에서 가장 좋은 항공사로 미드웨스트를 선정했다. 여행전문지 콩데 내스트 트래블러는 비즈니스 여행에 가장 좋은 항공사로 1998년과 1999년 2년 연속 미드웨스트를 뽑았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지는 미드웨스트의 경영을 본받으라고 대형항공사들에 촉구했다.
외형으로 따지면 미국 항공사 순위 17번째에 불과한 미드웨스트를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 1984년 창립 이후 계속 회장직을 맡아온 티모시 회크세마는 경영의 핵심을 서비스 정신에 두고 있다. 고객들의 필요에 철저히 부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객들이 기피하는 비행기 가운데 좌석을 아예 없애버렸다. 좌석들은 모두 가죽 시트로 덮여 이 항공사의 이코노미 클래스는 다른 항공사의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좋다는 평가를 듣는다. 기내 음식도 최고다. 저녁에는 스테이크와 바닷가재가 나온다.
다른 항공사들은 항공료 인하경쟁을 벌이지만 미드웨스트는 상대적으로 비싼 항공요금을 받으면서도 매년 더 많은 승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가격보다 서비스의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이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 정신을 찾아서’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텍사스 A&M대학 레오나드 베리교수는 “미국 서비스 산업에서 성공한 대표적 기업들은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를 총족시키는 데 우선적 가치를 둔다”며 “이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이윤이지, 이윤 자체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형 금융회사 USAA는 잦은 전속 때문에 차량 보험료율이 높았던 육군 장교들을 위해 25명의 장교가 1922년에 창설한 회사. 지금은 외형이 80억달러, 가입자가 350만명에 이르는 종합 금융회사가 됐다. 비결은 고객들의 필요에 봉사한 것뿐. 이 회사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직원을 자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회사가 직원들을 존중하면 직원들이 고객들을 존중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1950년 말에 생겨나 미국 굴지의 렌터카 회사로 성장한 엔터프라이즈는 사고가 났거나 갑자기 차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봉사해왔다. 주로 여행객들을 겨냥하던 기존 렌터카 회사들과 는 다르다. 그래서 엔터프라이즈는 공항이나 터미널 주변이 아니라 동네 상가에 렌터카 지점을 설치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어느 회사보다 대졸자 비율이 높다. 직원들은 정장 차림을 요구받는다. 차를 빌려주고 빌리는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정중히 모신다는 느낌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미국 기업은 자유롭다 못해 제멋대로라는 식의 생각은 잘못이다. 서비스 정신에 투철한 기업은 많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기내서 직접 구운 쿠키 인기◇
▼미드웨스트機 이색메뉴▼
미드웨스트 항공의 상징은 초콜릿 칩 쿠키다. 이 쿠키는 무엇보다도 먼저 음식에 치중하는 이 항공사의 영업 전략을 상징한다.
미국의 소비자정보지(Consumer Report)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승객 1명당 9달러59센트를 음식비로 지출한다. 경쟁사에 비해 2달러 이상 높은 액수다. 항공요금을 할인하는 사우스웨스트 같은 항공사의 20센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스테이크 새우 바닷가재 등 음식도 고급이지만 이들 음식이 모두 은쟁반 위의 사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냅킨도 모두 종이 대신 천으로 된 것만 쓴다. 일등석 승객처럼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정판은 식사를 마친 뒤 디저트로 나오는 초콜릿 칩 쿠키. 기내에서 구워낸 따끈따끈한 쿠키를 받아드는 승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된다. 이 항공사는 단골 고객들에게 연말마다 감사편지와 함께 이 쿠키를 보낸다. 그러니 단골을 놓칠 리가 없다.
이 항공사는 1996년부터 칩(Chip)의 영문 두음자로 시작되는 네 가지의 서비스 원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초콜릿 칩 쿠키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과 사랑에 착안한 것이다.
네가지 서비스 원칙이란 △고객에 초점을 맞출 것(Customer focus) △활발히 참여하는 종업원들(Highly involved employees) △정보에 기반을 둔 정책결정(Information-based decision making) △처리개선(Process improvement)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